임태훈의 『검색되지 않을 자유』에 대한 서평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한 사회를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대될 때, 이 위기를 이용해 누가 돈을 버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2014년 출간된 임태훈의 『검색되지 않을 자유』의 한 단락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는 발열 등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아무런 저항 없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감시를 받아야 한다. 전염병 사태가 일단락되면 머지않아 거대기업들은 디지털기기를 통해 사람들의 건강관리를 할 것임이 분명하다.
올해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필립스와 옴론, 삼성 등 헬스케어나 웰니스 분야 기업들이 다수 참석한 사실을 통해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급성장을 실감할 수 있다.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교수인 장진규 박사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지고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자 원격의료를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본격 적용되면서 우리 일상에 보다 가까워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기기는 코로나 위기를 통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자 주요 인프라가 되었다. 유래와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한다면 머지않아 그것들에 이용당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속지 않기 위해 질문하며 더 나은 생각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묻고 궁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를 수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 책은 예측 가능한 인간인 ‘호모 익스펙트롤’에 대해 설명한다. 소비형 인간의 굴레를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빅데이터 비즈니스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위해 돈을 쓰고 싶어 하는지 알려 한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대부분 IT기업을 이용하면서 일반화된 소비패턴을 반복한다. 저자는 매 시, 분, 초마다 모든 행동을 남김없이 디지털화하는 사람들이 늘면 늘수록 마케팅과 감시가 분리되지 않는 사회로 전환될 것이다. 인간은 디지털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거대한 기업들의 마케팅을 통해 일반화된 소비를 되풀이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화된 정보자본주의 시대는 소비를 계속해서 부추긴다. 인터넷에 나타나는 것들은 구매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는 앞으로 벌어야만 할 돈, 벌기도 전에 빌려 쓴 돈,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돈, 이미 써버린 돈의 질서에 시간을 빼앗기지말라고 충고한다. “소중한 자산은 부유함이 아니라 행복에 있다”는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말처럼 부와 성장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결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줄 수 없다.
자본과 국가가 미디어 환경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오늘날, 소비에 필요한 행동을 반복하는 예측가능 인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저자는 우선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의 실상을 선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기 인터넷은 사용자들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능력에 기초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터넷은 대기업 통신사에 집중화된 클라이언트와 서버구조로 바뀌었다. 결국 자본주의적 규율에 예속되어 있어서 상업주의에 오염되지 않은 정보 공유지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말았다. 사회를 바꾸는 유일한 길은 지금과 다르게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이며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기술에 억제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또 하나 정보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려해야 할 것은 사생활마저 침범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으로인해 인간다운 삶마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연애하는 커플을 위한 ‘커플각서’라는 앱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현재 위치 조회, 이동 경로 조회, 문자 조회, 통화 목록 등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낼 수 있다. 지피에스를 이용한 추적 장비이자 통화 목록과 문자까지 알 수 있는 ‘커플각서’는 애초에는 사랑하는 연인의 외도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전자발찌보다 철저한 감시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없이 하루도 생활할 수 없는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면서 현명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자면 정보자본주의의 핵심 전제인 ‘시간체제’와 ‘인터넷’을 공략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체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사물의 질서를 비판적으로 상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단수로 존재하는 인터넷을 다양한 종류의 웹 브라우저처럼 복수화하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와 상시 연결되는 클라이언트-서버 인터넷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뜻을 함께하는 협력집단과 프로토콜을 정하여 연결망을 구성하는 소규모 인터넷을 구축하는 방법이다.
인터넷은 1960년대 냉전체제 하에 각 대학 간 정보 공유를 위해 비롯되었다. 냉전 해체 이후 컴퓨터 보급과 함께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될 당시만 해도 단순한 정보 교환의 역할을 해왔으나 지금은 기업의 이윤을 늘리기 위한 매체로 전락했다. 인터넷의 편리함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사유를 기피하기 일수다. 거대기업들은 이러한 현대인들의 허점을 이용해 디지털기기를 통한 이익의 극대화를 시도한다. 이런 시대에 남다른 생각과 행동은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매우 인간적인 우리의 자산이 될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절제하여 다룰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한 파스칼의 말처럼 인간 본연의 사유하는 삶을 되찾는 것이 어쩌면 유일한 정답일 지도 모른다.
글쓴이.
웨스트라이프
세상은 변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 이 글은 '글맛공방' 서평쓰기 프로그램에서 수강생이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