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공원 산책길

올림픽공원과 몽촌토성 산책길 이야기

by 지경


올림픽 공원, 첫 번째 만남


2005년 2월, 대학원 진학으로 인해 익숙한 서울과 이별준비를 하던 때였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뭔가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는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내 맘대로 서울 나들이'를 기획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고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그런 장소를 찾던 중 친구 추천을 받아 올림픽 공원과 첫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추운 날씨도 잊은 채 원 없이 걸었던 하루였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풍경을 만나면 멈추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습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나무가 그려낸 나뭇가지 그림, 그리고 갈색으로 채색되어 있는 겨울 공간 등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제 마음을 다독거려주었던 올림픽공원 겨울 풍경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마음 속 올림픽공원 겨울풍경


올림픽 공원, 두 번째 만남


그로부터 9년 후, 개인연구 주제 중 하나로 광진구와 인접구 문화유적을 찾아다니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서울 하면 '조선의 땅'으로만 알아왔는데,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강동구와 광진구 그리고 송파구에 담겨 있는 선사시대, 고구려-백제 문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새롭게 배울 수 있었죠. 그리고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올림픽 공원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9년 전 그냥 위로받고 싶어서 걸었던 길이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한성백제문화 중심부인 몽촌토성 역사길임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당시 무심코 흘려보냈던 몽촌토성 해자, 방어용 목책, 한성백제문화박물관 등 문화유적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올림픽공원 공간을 새롭게 배우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몽촌토성 유적과 한성백제문화박물관


올림픽 공원, 세 번째 만남


그날 오후 한나절 한성백제 문화탐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람을 쐬고 있었지요. 그때 저 멀리 보이는 성내천 풀밭에서 움직거리는 무엇인가가 보였습니다. 조심스레 확인해보니 바로 꿩이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꿩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군 복무 시절 야외훈련 기간과 대학원 시절 캠퍼스에서 꿩 소리는 몇 차례 듣긴 들었는데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집에 갈 생각도 잊고 그렇게 십여 분이란 시간을 꿩과 함께 보냈습니다.


이 날 꿩이 내게 전해준 만남의 감동이 계기가 되어 서울을 떠나기 전까지 자연 친구들을 만나는 나들이를 하러 두세 번 더 이 곳을 찾았습니다. 알고 보니 올림픽공원-성내천으로 이어지는 이 공간은 탐조 사진을 찍는 분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명소였더군요. 자연이 허락해준 만큼만 사진으로 담기로 했기에 실제 사진기록은 많이 남기진 못했지만, 문화재 보존을 위해 개발이 멈춘 이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고 그들의 생태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새 친구들



올림픽 공원에서 맺은 공간 인연


그렇게 올림픽 공원을 세 번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휴식을 취하고 싶어 찾았던 공원이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찾은 산책길에서 이 곳이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니라 백제문화유산이 담긴 역사 배움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화유산 보존 위해 개발이 멈춘 덕에 야생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삶터가 되었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게 올림픽 공원이라는 장소는 책을 읽을 때마다 책 맛이 매번 달라지는 것처럼, 장소를 거니는 맛 역시 어떤 관점을 가지고 경험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우며 친해진 곳입니다. 그래서 다음번 만남은 언제가 될지 기약은 없지만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지 기다려집니다.


'새로운 눈을 가지고 익숙한 공간을 다르게 읽는 법을 제게 가르쳐준 공간 인연, 올림픽 공원'


몽촌해자가 문화유산에서 야생동물 삶터로 개념이 확장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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