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서울에 와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뚝섬역과 한양대역 사이를 지나칠 때면 늘 눈길이 가던 창밖 풍경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이 휘익 지나치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한강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물길과 그 위로 길게 쭉 뻗은 돌다리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매일 보면서도 늘 새롭고 궁금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살곶이 공원 존재를 알기 이전부터 이 곳이 어떤 곳일까 늘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하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2013년 가을 이 곳을 직접 걷고 보고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살곶이 다리를 걸으러 갔다가 이 곳이 제가 오랫동안 지하철에서 바라보던 그곳임을 알게 된 첫 순간이었지요. 청계천 최하류 구간부터 청계천 물길이 중랑천과 만나는 합수 구간,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다리 중 가장 긴 살곶이다리 구간을 아우르는 살곶이 공원을 거닐며 모처럼만의 산책 여유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주말 휴일을 이용해 이 곳을 즐겨 찾으며 저만의 휴식과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비밀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살곶이 공원을 제대로 만난 첫 순간
살곶이 공원에서 만난 겨울 친구들
그동안 물새 친구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정보가 없어 어려움이 있었는데 2013년 겨울 살곶이 공원 나들잇길에서 드디어 물새 친구와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가을 내내 텅 비어있던 살곶이 공원 주변 물길 위에서 활발히 움직거리는 생명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지요.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보니 겨울을 맞이해 한국을 방문한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었습니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매고 별다른 기대감 없이 나선 생태 나들잇길이었는데 새로운 탐조 세상이 열렸습니다. 그동안은 오리라고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그리고 쇠오리 3종류만 알고 있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다양한 오리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요. 마치 뾰족한 바늘 같은 꼬리를 가진 고방오리, 붉은머리와 흰날개죽지가 한눈에 확 들어오는 흰죽지, 넓적한 부리를 가진 넓적부리 등을 만나면서 다양한 오리 세상 속으로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만났던 설렘과 반가움을 잊지 못해 그 날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살곶이 공원을 찾아드는 겨울 방문객들을 만나러 갔지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까지 앞서 소개한 여러 오리 친구들 외에도 백할미새, 댕기물떼새와 같은 또 다른 겨울 철새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도 차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그동안 미처 몰랐던 살곶이 공원의 야생 세계를 제 생태지식으로 만드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살곶이 공원에서 처음 만난 겨울 철새들 - 고방오리, 흰죽지, 넓적부리, 백할미새, 그리고 댕기물떼새
살곶이 공원에서 만난 여름 친구들
봄이 시작하면 한동안 겨울철새들로 북적거렸던 살곶이 공원이 조용해집니다. 이곳을 찾아 겨울을 났던 겨울철새들이 모두 떠나고 난 빈자리가 한동안 허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지요. 그러다 봄이 깊어지고 여름 기운이 느껴지는 시기가 오면 여름 친구들이 이 곳을 찾아오면서 살곶이 공원이 조금씩 활발해집니다. 겨울만큼은
아니지만 여름 살곶이 공원은 그 나름대로 독특한 생명 기운을 내뿜으며 우리를 반겨줍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만화 주인공처럼 내 눈 앞에 튀어나온 꼬마물떼새, 일요일 아침 산책길에 울려 퍼진 울음소리를 찾아가다 마주친 깝작도요, 늘 한결같이 살곶이 공원을 지키는 중대백로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한여름이 깊어질수록 공원을 가득 메우는 개개비 울음소리와 살곶이 공원에서 만날 수 있었던 한국재갈매기와의 만남도 여전히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소중한 여름 인연 중의 하나이지요.
살곶이 공원에서 만난 여름 친구들 - 꼬마물떼새, 깝작도요, 중대백로, 개개비, 한국재갈매기
살곶이 공원에서 만난 또 다른 자연친구들
살곶이 공원은 다양한 원예종들이 계절 따라 피어나지요.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는 빨간 꽃양귀비와 칸나꽃이 군락을 이루어 활짝 피어나고, 가을에는 형형색색 국화꽃을 볼 수 있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시기라 많은 만남을 갖지 못했지만 당시 이 곳에서 처음 만나고 이름을 익혔던 수레국화, 자주괴불주머니, 그리고 엉겅퀴 꽃에 대한 첫 만남 추억은 사진과 함께 소중히 간직하는 살곶이 공원 추억거리입니다.
살곶이 공원에서 만난 꽃 - 수레국화, 자주괴불주머니, 엉겅퀴
2016년 여름 서울을 떠나기 직전 찾아갔던 살곶이 공원에서 난생처음 야생 메기를 만났던 순간도 잊지 못할 장면 중의 하나랍니다. 주변을 산책하시던 주민 분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다 같이 지켜보던 야생 메기 짝짓기 장면이었습니다. 번식을 위해 암컷을 두고 처절하게 경쟁을 하던 수컷 메기들을 지켜보면서 꽃과 새를 관찰하던 순간과는 또 다른 야생미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답니다
살곶이공원에서 만난 야생 메기
살곶이 공원을 추억하면서
처음에는 이름도 모른 채 지하철 안에서 이 곳을 궁금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후 자전거를 타고 이 곳을 지나치면서도 이 곳이 내가 궁금해하던 그곳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지요. 그리고 살곶이 다리를 보기 위해 찾았을 때, 드디어 살곶이 공원을 처음 제대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만든 시간과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서 살곶이 공원은 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살곶이 공원에서 다양한 야생동식물을 만나며 저만의 멋진 휴식공간이 만들어졌지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공간을 만나고 생태 경험을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고맙고 감사함을 느끼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곳이 오랫동안 잘 보존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