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천 하구 산책길

중랑천 철새보호구역 생태 나들이

by 지경

중랑천 하구를 처음 걸었던 순간


중랑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 보고 들었던 중랑천 정보를 갖고 중랑천을 다 안다고 생각했었지요. '한 때 오염이 심각했던 도심하천이었지만 조금씩 수질환경 개선을 통해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하천, 그러나 여전히 건강을 다 회복하지 못한 수변 공간'이 제가 평소 갖고 있던 중랑천에 대한 고정관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살곶이 공원 일대를 오가며 다양한 야생동식물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서 중랑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졌습니다. 살곶이 공원 일대를 벗어나 저 멀리 보이는 중랑천 하구까지 한번 걸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겨울을 계기로 중랑천 물길 따라 걷는 나들이 길을 나섰습니다.


살곶이 다리부터 시작해 중랑천이 한강과 만나는 합수 구간에 이르는 2km 구간이 바로 중랑천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중랑천 하구 도보 코스입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생생한 야생의 기운을 지척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자연생태 기행을 시작했습니다.


중랑천 물길을 따라 걸었던 첫 날


중랑천 하구에서 만난 겨울철새 친구들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조용했던 중랑천 하구 역시 겨울 방문객들로 인해 북적거리기 시작합니다. 한겨울을 맞이해 중랑천 물길을 따라 한강을 향해 걷다 보면 살곶이 공원 일대에서 볼 수 있는 겨울철새 숫자와 종류를 훨씬 뛰어넘는 멋진 야생 세상을 만날 수 있지요.


저 역시 중랑천 하구 나들이를 통해 다양하고 오묘한 야생오리 세상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흰뺨검둥오리-청둥오리-쇠오리 삼총사부터 시작해 흰죽지와 댕기흰죽지, 청머리오리와 홍머리오리, 알락오리와 고방오리, 서울에서 쉽게 보기 힘든 가창오리, 황오리, 천연기념물 원앙에 이르기까지 산책길 내내 지척에서 건강하고 생생한 야생의 기운을 한껏 내뿜는 겨울철새 세상을 맘껏 보고 느끼며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중랑천 하구 겨울 산책길에서 만난 겨울철새 친구들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었던 또 다른 야생동물 친구들


중랑천 물길을 걷는 도중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더 다양한 야생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굴뚝새,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아주 날렵하고 난폭한 사냥꾼인 떼까치도 볼 수 있지요.

그리고 흰 부리가 인상 깊은 물닭, 왜가리 등도 중랑천 하구 겨울 산책길에 쉽게 볼 수 있는 단골손님들입니다. 그 외에도 평소 도심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거미 종류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남생이에 이르기까지 재밌고 흥미로운 야생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중랑천 하구 산책길입니다.


중랑천 하구 산책길에서 만난 인연들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는 꽃과 곤충 친구들


계절이 바뀌어 꽃피는 봄이 오고 무더운 여름을 거쳐 선선한 가을이 오는 기간 동안에는 중랑천 하구 산책길에 핀 다양한 꽃과 곤충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디서 인지도 모르게 씨앗이 날아와 당당히 중랑천 하구 한편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원예종 꽃부터 시작해 며느리배꼽, 풍접초, 닭의 장풀과 같이 토종 야생화도 만날 수 있지요. 그리고 야생화를 터전 삼아 열심히 활동하는 다양한 곤충들도 관찰할 수 있는 멋진 산책길입니다.


중랑천 하구 산책길에서 만난 꽃과 곤충 친구들


중랑천 하구 산책길을 회상하며


직접 중랑천 하구를 걷고 관찰하면서 막연하게 가져왔던 중랑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경험했던 시간이 쌓이면서 중랑천 하구 산책길 역시 제 서울살이 일부가 되었고, 저만의 멋진 휴식공간이자 배움터가 되어주었지요.


물론 중랑천은 여전히 완전하게 건강을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완전하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야생동식물은 중랑천을 터전 삼아 꿋꿋이 생을 이어 가고 있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야생동식물이 제게 보여주었던 에너지와 생명력은 앞으로 제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야 할 제가 깊이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 멋진 삶의 교훈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올해도 내년도 그리고 먼 훗날까지도 건강하게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완전하지 않은 터전에서 강한 생명력을 갖고 살아가는 야생 동식물의 교훈을 배울 수 있는 곳, 중랑천 하구"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중랑천 하구 - 중랑천 물길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과 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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