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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Feb 18. 2019

의왕 왕송호수 둘레길

왕송호수에서 만난 자연 친구들



어느 날 우연히 맺어진 공간 인연, 왕송호수


장항선 열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창 밖 풍경을 내다보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시간 따라 계절 따라 역과 역 사이사이에서 펼쳐지지요. 그리고 가 보고 싶은 의외의 장소를 발견하는 그런 순간도 있답니다. 왕송호수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열차를 타고 창 밖을 내다보며 집으로 되돌아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영등포를 지나 수원역에 도착하기 전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한 장소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차가 휘익하고 지나가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창 밖에 보이는 커다란 호수는 제 호기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지도를 찾아보며 그곳이 의왕시에 있는 왕송호수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렇게 왕송호수가 언제고 한번 꼭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로 자리매김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장소 인연 역시 사람 인연과 마찬가지로 우연히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수원에서 일을 마치고 보니 자투리 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전철로 몇 정거장만 가면 왕송호수라 기왕 여기까지 온 이상 한번 가 보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지요. 그리고 의왕역 2번 출구로 나와 황구지천을 따라 10여분을 걸어 내려오다 보니 왕송호수에 도달했습니다. 그렇게 우연과 우연을 더해 왕송호수와 첫 연을 맺으며 거닐기 시작합니다. 


왕송호수 첫 만남 순간



왕송 생태습지에서 만난 첫 친구, 때까치


왕송호수는 워낙 넓어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의왕역 2번 출구 길을 통해 왕송호수로 오면 왕송 생태습지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지요. 이 곳에서는 어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생태습지 곳곳으로 나 있는 오밀조밀한 산책로를 거닐어봅니다. 


텅 비어있는 공간 같지만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첫 친구는 바로 때까치였습니다. 원래 예민한 친구라 놀라서 날아가버릴까 봐 조심조심 살펴봅니다. 다행히 저를 위협요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가깝게 거리를 허락해주더군요. 한참을 갈대밭과 주변 나무를 오가며 열심히 사냥에 열중하며 사진 찍기를 허락해줍니다. 


왕송셍태습지에서 바라본 주변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첫번째 친구 때까지



왕송호수 산책로를 걸으며 만난 친구들


안내지도를 보니 왕송호수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4,3km 정도 되는 순환코스를 레일바이크나 호수 열차를 타고 편하게 둘러볼 수 도 있고, 직접 걸으며 빙 둘러볼 수도 있지요. 저는 왕송호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 속도 대신 깊은 시선을 선택했습니다. 


열차를 카페로 개조한 KTX 쉼터 주변 습지데크길을 먼저 거닙니다. 주변에서 쇠딱따구리 울음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두세 마리 쇠딱따구리 무리가 나무를 옮겨가며 분주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KTX 쉼터 주변 산책길,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쇠딱따구리


쇠딱따구리 만남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왕송호수가 품고 있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처음 올 때는 넓은 호수에 새들이 가득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왔는데, 한겨울 추위에 얼어붙은 호수는 텅 비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오리 삼총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청둥오리가 얼지 않은 물가를 찾아 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그 옆에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는 물닭과 논병아리도,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던 왜가리 친구도 마냥 반가웠던 순간입니다. 


왕송호 둘레길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물새 친구들



왕송호수가 보이는 오른쪽에서는 물새를, 그 반대편에서는 산새들을 만나며 함께 걸을 수 있습니다. 참새, 박새, 직박구리, 멧비둘기를 비롯해 노랑턱멧새, 딱새, 방울새를 만나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걸었던 순간입니다. 


산새 친구들과 함께 걷는 왕송호 둘레길



한참을 그렇게 새들을 만나며 걷다 보면 어느덧 데크길 구간이 나옵니다. 아쉬운 점은 호수를 직접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은 레일바이크에 양보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걸으면 두 길이 서로 위치를 바꾸며 호수 경관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 나타나지요.  이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챙겨 보지 못한 왕송호 풍경에 빠져듭니다. 탁 트인 넓은 호수를 바라보니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왕송호수 둘레길, 그리고 왕송호 풍경



왕송호 둘레길 산책을 마치며 만난 기러기 친구들


수도권 최대의 생태탐방지라는 타이틀답게 다양한 산새, 물새들을 만나며 신나게 함께 걸었던 하루였습니다.  마음 같아선 왕송호 둘레길을 한 바퀴 다 돌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떠나야 합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출발지로 되돌아옵니다.  


다시 생태습지 부근에 이르러 왕송호수를 되돌아보았습니다. 때마침 기러기 무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며 왕송호수를 지나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자연, 고층건물, 그리고 한 무리 기러기가 만들어 내는 풍경에 잠시 빠져들며 한나절 왕송호수 생태나들이를 갈무리합니다.  


'뜻하지 않은 기회에 생태나들이를 즐길 수 있었던, 그리고 다음 만남이 기다려지는 공간 인연,  왕송호수'


왕송호수를 떠나기 직전 만난 기러기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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