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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Mar 17. 2019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 생태탐방

출장길에서 만난 도심 속 생태보고, 황룡강 장록습지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와 인연이 닿은 날 


 '도심 속 생태보고'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는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곳이 흔치 않은 하천습지이자 도심 속 생태보고로서 뛰어난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국가습지로 지정하는데 따르는 지역개발과 성장 규제를 우려하는 반대 여론이 일자 이곳을 국가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하는 계획안을 환경부에 건의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했다.

 2019.1.6 hs@yna.co.kr


올해 초, 광주에 있는 습지에 관한 짧은 단편 기사 하나가 제 마음속으로 훅 들어왔습니다. 먼저 난생처음 들어보는 황룡강이라는 낯선 존재 자체가 궁금했고, 이곳이 과연 어떤 곳이길래 도심 속 생태보고라고 하는지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요. 지도를 보니 광주송정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언제고 광주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취재여행 목록에 올려놓았습니다.


마음이 간절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 생각지도 않던 강의 요청이 광주에서 들어왔습니다. 아침 강의라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하루 먼저 도착해 하룻밤을 묵어야 합니다. 기왕 이렇게 판이 만들어진 거 강의 일정 전후로 시간을 내어 황룡강 장록습지를 거닐어 보기로 결심했지요.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드디어 광주로 가는 날입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생태탐방 일정이 제약을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맑고 파란 광주 하늘이 저를 반겨줍니다. 그렇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여건 속에서 황룡강 장록습지와 첫 만남을 가집니다.

 

장록교 위에서 처음 바라본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 생태학습장 풍경


장록교를 건너 평동로를 따라 걸으며 황룡강 장록습지에 다다릅니다. 여기서 탐방로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구역으로 나뉘지요. 생태학습장 표시를 따라가면 황룡강 물길을 바라보며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고, 생태습지 쪽은 황룡강 물길을 따라 걸으며 영산강 합류지점까지 이어지는 갈대밭 사이를 걸어가는 길입니다.  


먼저 황룡강 물길 풍경이 궁금해 생태학습장 길을 따라갑니다. 어느 정도 걸어가니 갈림길이 나오며 장록습지 수생식물 생태를 탐방할 수 있는 '관찰데크 B구간'을 가장 만날 수 있었지요. 데크길을 걸으며 바라본 이곳은 아직 3월 초라 겨울색 옷을 미처 벗지 못한 습지 풍경입니다.


데크길을 따라 조금 더 가까이 황룡강 물길로 다가가는 순간 청둥오리 친구들이 놀랐는지 어디론가로 후다닥 날아가버립니다. 텅 빈 물길을 잠시 한동안 가만히 바라봅니다. 바람소리, 갈대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풍경 하나만으로도 저를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렇게 자연소리를 벗 삼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처음 경험해보는 이곳 풍경에 푹 빠져봅니다.


황룡강 장록습지 생태학습장 풍경 이모저모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 산책길 풍경 #1


다시 끝도 없이 길게 펼쳐진 길을 걸어갑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여기에서 살고 있는 자연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지요. 느린 시선으로 천천히 주위를 눈으로 담으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먼저 시선을 낮추어 길 옆을 살펴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보다 남쪽이라 지금쯤이면 이곳에서 다양한 야생화 친구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왔는데, 아직 산책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는 큰개불알풀꽃과 자주광대나물꽃만 피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두 친구 모두 우리나라 토착 식물종이 아니라 귀화 식물종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식물세상도 다문화 시대를 맞이한 걸까요? 우리 꿀벌 친구는 토착종과 귀화종 상관없다는 듯 그저 열심히 꿀 모으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길위에서 만난 식물 친구 (feat 꿀벌)


이번에는 길을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나무풍경에 집중합니다. 막 새잎이 올라오는 버드나무 친구들 모습이 정겹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황룡강 장록습지를 지켜왔을 고목과 정자 풍경도 산책길에 운치를 더해주는 멋진 한 순간입니다.  


그 순간 어디서 시끄럽게 때까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따라 숨바꼭질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때까치 친구를 만날 수 있었지요. 장록습지 산책을 시작한 이후 처음 만나는 조류 친구라 정말 반가웠습니다.


장록습지가 이제야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걸까요? 때까치 친구가 모습을 보여준 이후부터 여태까지 잘 보이지 않던 여러 생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하늘 위에 모습을 드러낸 천연기념물인 겨울철새 말똥가리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비행을 합니다. 이 모습 또한 겨울철에만 볼 수 있는 한정판 같은 소중한 순간이지요.


길 위에서 만난 나무풍경, 그리고 조류 친구들


다시 길을 걷다 보면 황룡강 물길을 조금 더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납니다. 관찰데크 구간과 달리 다양한 물새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겨울 오리 삼총사를 비롯해 비오리와 청머리 오리도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네요. 그 옆 물가에는 대백로와 왜가리가 햇볕을 쬐며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들 친구들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이들이 저에게 건네주는 치유의 순간이라고 할까요?


황룡강 물새 친구들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 산책길 풍경 #2


이제 다시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제는 물새 친구들 만남을 뒤로하고 길을 건너 드넓은 갈대습지 속으로 들어갈 차례입니다.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이곳을 통째로 전세를 낸 것처럼 오롯이 저 혼자 장록습지 속으로 들어앉아 저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따금씩 자전거를 타고 지역주민이 지나갑니다. 자전거를 타고 저 풍경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모습 또한 자연스러운 풍경의 일부분으로 보입니다. 눈을 돌려 바라본 주변 풍경은 고층 아파트와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이 묘하게 어우러지네요. 이곳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남아 있기를 잠시 기원해봅니다.  


황룡강 장록습지 산책로 풍경 이모저모



걷는 도중 제 발걸음 소리에 놀란 고라니 한 마리가 후다닥 도망을 칩니다. 고라니 친구도 저도 같이 놀랐던 순간이지요.  갈대밭 사이에서는 여러 다양한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참새도 보이고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보이고 멋쟁이 스타일리스트인 노랑턱멧새도 보입니다. 주변 나무에서는 까치와 물까치 친구가 나뭇가지에 앉아 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요. 그렇게 또 한바탕 자연 친구들을 만나며 신나게 걸었던 순간입니다.


산책길에 만난 또다른 조류 친구들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서울살이 시절 서울시에서 지정한 자연보호구역 여러 곳을 다닌 적이 있었지요. 그때는 뭐랄까 모든 개발이 다 끝난 시점에서 어쩔 수 없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 제가 걸어 다니며 경험했던 광주 황룡강 장록 습지는 생생한 생명력이 여전히 살아 넘치는 자연 그 자체였습니다.


관리가 잘 된 도시공원 풍경에 익숙해진 눈이라면 이곳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오늘 함께 길을 걸었던 여러 자연 친구들 덕분에 이곳이 품고 있는 생명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지요. 광주시민들이 이곳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한참 중지를 모으고 있다니 '공존과 상생' 가치가 이곳에서 실현될 수 있는 그런 현명한 결론이 나길 바랄 뿐이죠.


앞으로 광주에 출장 올 일이 있으면 오랜 옛 친구를 찾듯 이곳을 드나들 것 같습니다. 그때는 또 어떤 모습으로 저를 맞이해줄지, 다음에 길을 걸을 땐 어떤 야생동식물을 만날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때까지 이곳 황룡강 장록습지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기를 응원할 따름입니다.


"첫 만남이지만 깊은 연결감을 느낄 수 있었던 공간, 황룡강 장록습지"

"공존과 상생의 가치가 잘 실현되기를 바라는 곳, 황룡강 장록습지'


황룡강 장록습지 품에 오롯이 들어앉아 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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