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외갓집을 오갈 때 타고 다니던 추억열차입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잊고 지내다 충남살이를 시작하며 다시 연을 맺게 되었지요. 엄마와 마지막으로 같이 장항선 기차를 탔던 그날 기억도 영원히 간직하고픈 소중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장항선을 타고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오래된 추억이 방울방울 맺혀있는 장항선
장항선은 충남 천안역을 기점으로 충남 일대를 경유하여 전북 익산역을 종점으로 하는 철도 노선입니다. 예전에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까지 운행해 장항선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2007년 군산선이 연결되면서 전북 익산역까지 포함해 장항선으로 부르고 있지요. 서울 용산을 출발하는 경부선이 천안에서 시작하는 장항선을 만나고 종착역인 익산역에 이르기까지 23개 역을 지나가는 철도노선이 바로 장항선 노선입니다.
그러고 보니 장항선에 담겨 있는 가족 이야기는 많습니다. 딸들이 집에 들렀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나면 한동안 저 멀리 들려오는 기차소리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던 외할머니 이야기도 있고, 결혼 전 엄마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 바라본 충남 시골 저녁 풍경을 이야기하시는 아버지 추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외갓집을 오가는 길에 빼놓지 않고 먹었던 천안역 냄비우동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족과 함께 얘길 나누는 오래된 장항선 추억입니다.
충남살이를 시작하며 다시 쌓여가는 장항선 이야기
서울살이를 하는 동안 충남지역을 다닐 일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출장을 다닐 때는 주로 도로교통을 이용해 다녔기 때문에 더더욱 장항선을 탈일이 없었지요. 그러다 계획에도 없던 충남살이를 시작하면서 장항선을 다시 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멈춰 있었던 장항선 추억시계가 다시 움직입니다.
서울을 떠나던 날 창밖을 바라보며 복잡 미묘했던 감정을 장항선 안에서 다독거렸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장항선 풍경은 서울 지하철에서 느낄 수 없는 전혀 다른 감성을 전해주지요. 그리고 엄마와 마지막으로 같이 탔던 장항선 열차 안에서 엄마와 같이 나누었던 해넘이 풍경과 대화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결혼 전에 토요일 일을 마치고 집에 갈 때 말이다. 홍성 부근에 오면 늘 해가 지는 시간이었는데 그때마다 창밖에 보이는 저녁해가 어찌나 크고 이쁘던지... 그런데 오늘 그 해가 꼭 그때 같구나. 살아생전에 이 해를 다시 볼 줄 꿈에도 몰랐는데 오늘 보네."
저녁무렵 해넘이 풍경이 아름다운 장항선 풍경
장항선 기차여행 이야기를 시작하며
2018년 4월 옛 추억이 담겨있는 (구) 새마을 기차가 차량 노후 관계로 운행을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한창 복선화 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라 앞으로 장항선에 많은 변화가 생길 예정입니다. 장항선이 더 많이 변하기 전에 장항선을 기억할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충남 일대를 거쳐 전북 익산역에 도착하기까지 장항선 기차가 정차하는 23개 역이 있습니다. 각 역에서 가장 손쉽게 경험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여행 코스가 숨어 있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열차는 용산역을 출발해 영등포역-안양역-수원역-평택역-천안역-아산역-온양온천역-도고온천역-신례원역-예산역-삽교역-홍성역-광천역-청소역-대천역-웅천역-판교역-서천역-장항역-군산역-대야역을 거쳐 종착역인 익산역까지 운행하는 장항선 기차여행 열차입니다. 잠시 후 열차가 곧 출발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승강장에서 승차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