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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Apr 03. 2019

봄을 깨우는 맛, 머위나물

엄마표 머위나물과 초간장 소스




 어릴 때는 그토록 싫었던 머위나물


3월 중순을 넘어서면 엄마는 늘 봄나물 반찬을 챙겨주기 시작합니다. 여러 봄나물 중에서도 가장 먼저 밥상에 올라오는 첫 번째 봄나물 반찬은 바로 머위나물입니다. 그 시절 엄마가 해 주던 머위나물은 끓는 물에 머위를 데친 후 초간장에 찍어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머위나물을 씹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어린 제가 감당하기 쉽지 않았지요. 하지만 피할 길은 없습니다. 쓴맛을 꾹 참으며 머위나물을 꿀꺽 삼키곤 너무 쓰다고 늘 투정을 부렸던 그 시절입니다.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던 입맛, 그리고 드디어 친해진 머위나물

 

복학 후 대학교 3학년이 다 끝나갈 무렵 부모님과 다시 같이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머위나물 역시 제 일상 속으로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어릴 때는 그토록 삼키기 어려웠던 머위나물 맛이 한해 한해 지나면서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서른 살을 맞이하던 그 해 쌉싸름한 머위 맛이 달콤 새콤한 초간장과 딱 어우러지는 묘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고 흘러 머위나물 맛을 처음으로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지요.





엄마표 머위나물 반찬을 재현하면서 엄마 추억하기


엄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머위나물 반찬을 식탁에 올려봅니다. 어설프지만 엄마 수첩을 뒤적이며 그대로 따라 해 봅니다. 머위잎을 손질하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꼭 짜내지요. 그리고 양조간장, 설탕, 식초, 깨소금, 참기름으로 엄마표 간장소스를 준비합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난 후 머위나물을 소스에 콕 찍어 맛을 봅니다. 엄마와 같이 머위나물로 봄을 시작하던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누나와 저에게 늘 들려주던 엄마 말이 생각나네요.


이거 먹어야 겨울 내내 몸에 쌓였던 독소가 다 없어지니까 좀 쓰더라도 더 먹자.
아이고 잘 먹는다!!.

많은 추억이 담겨 있는 엄마표 머위나물과 초간장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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