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찰떡궁합, 부추무침과 돼지고기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는 옥상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고추, 방울토마토, 호박, 부추 같은 일반적인 작물부터 시작해 원추리, 비듬나물, 돈나물, 차조기에 이르기까지 텃밭 크기에 비해 꽤 다양한 작물을 기르셨습니다. 그리고 제철을 맞아 수확 때가 때면 옥상에 올라가 재료를 따 오시더니 음식을 후딱후딱 만드셨지요. 그 덕분에 텃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재료가 밥상에 올라오는 과정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각 재료에 얽힌 여러 추억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부추입니다. 4월 중순을 넘어서면 어느덧 먹을 만큼 부추 순이 올라옵니다. 이때가 되면 엄마는 옥상에 올라가 부추를 수확한 후 그걸 첫물부추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첫물부추를 먹을 때마다 당신이 옛날 시골에서 들었던 이야기도 들려주셨지요. 첫물부추에 영양이 가장 많고 맛있어서 아무도 안 주고 문 걸어 잠그고 혼자 몰래 먹었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죠.
첫물부추를 먹는 날은 돼지고기를 먹는 날입니다. 보통은 파절이와 같이 먹는데 첫물부추를 수확하는 날 만큼은 돼지고기를 부추무침과 같이 먹지요. 얼마 전 엄마가 남겨놓고 간 텃밭에 부추 순이 먹을 만큼 쑥 올라왔기에 엄마가 늘 해주던 대로 그리고 엄마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 봅니다. 수확한 첫물부추를 살짝 데친 후 멸치액젓, 고춧가루, 식초, 설탕,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무칩니다. 그리고 갓 구워낸 돼지고기와 같이 먹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엄마가 늘 들려주던 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너한테는 생부추보다 데친 게 더 좋으니까 그렇게 먹고... 그리고 뜨거운 부추가 돼지고기 찬 성질을 중화시켜줘서 찰떡궁합이라고 하니까 꼭 같이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