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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May 01. 2019

부추는 첫물이 제맛, 부추무침

영원한 찰떡궁합, 부추무침과 돼지고기




작은 텃밭에서 밥상으로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는 옥상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고추, 방울토마토, 호박, 부추 같은 일반적인 작물부터 시작해 원추리, 비듬나물, 돈나물, 차조기에 이르기까지 텃밭 크기에 비해 꽤 다양한 작물을 기르셨습니다. 그리고 제철을 맞아 수확 때가 때면 옥상에 올라가 재료를 따 오시더니 음식을 후딱후딱 만드셨지요. 그 덕분에 텃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재료가 밥상에 올라오는 과정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부추는 첫물이 제맛


각 재료에 얽힌 여러 추억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부추입니다. 4월 중순을 넘어서면 어느덧 먹을 만큼 부추 순이 올라옵니다. 이때가 되면 엄마는 옥상에 올라가 부추를 수확한 후 그걸 첫물부추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첫물부추를 먹을 때마다 당신이 옛날 시골에서 들었던 이야기도 들려주셨지요. 첫물부추에 영양이 가장 많고 맛있어서 아무도 안 주고 문 걸어 잠그고 혼자 몰래 먹었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죠.   





영원한 찰떡궁합, 부추무침과 돼지고기


첫물부추를 먹는 날은 돼지고기를 먹는 날입니다. 보통은 파절이와 같이 먹는데 첫물부추를 수확하는 날 만큼은 돼지고기를 부추무침과 같이 먹지요. 얼마 전 엄마가 남겨놓고 간 텃밭에 부추 순이 먹을 만큼 쑥 올라왔기에 엄마가 늘 해주던 대로 그리고 엄마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 봅니다. 수확한 첫물부추를 살짝 데친 후 멸치액젓, 고춧가루, 식초, 설탕,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무칩니다. 그리고 갓 구워낸 돼지고기와 같이 먹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엄마가 늘 들려주던 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너한테는 생부추보다 데친 게 더 좋으니까 그렇게 먹고... 그리고 뜨거운 부추가 돼지고기 찬 성질을 중화시켜줘서 찰떡궁합이라고 하니까 꼭 같이 먹어라.


엄마표 부추무침, 그리고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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