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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Jul 13. 2019

옥상으로 떠나는 이색 공간 여행



기억에 남는 옥상 공간이 있나요?


가만히 옥상에 관한 예전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고 보면 옥상은 언제나 위험한 곳,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래서 그곳은 늘 닫혀있어야 하는 공간이었지요. 그리고 어쩌다 올라가 본 대부분 옥상은 그냥 텅 빈 공간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꽤 오랫동안 옥상이라는 공간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었고 그곳에 얽힌 특별한 추억거리도 없었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 여행이란 것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옥상 공간을 활용한 사례를 간간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경관이 뛰어난 몇몇 여행지에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마련해 놓은 경우가 전부였습니다.      


늘 닫혀 있고 텅 비어 있었던 옥상 건물 (좌), 옥상전망대 활용 사례(우)





친환경 가치가 가져온 옥상 공간 변화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우리 사회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사회 모든 분야에 새로운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회색도시 고층빌딩도 외국 친환경 건물 사례를 본떠 의미 있는 실험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지요. 그 첫출발이 바로 명동 유네스코 회관 옥상 생태정원 '작은 누리'입니다.

 

‘작은 누리’로 불리는 이곳은 명동 한복판에서 서울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생태공원입니다. 2003년 4월에 문을 연 이후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지요. 190여 평 정도 되는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습지, 생태연못, 풀꽃 동산, 관목, 교목 숲, 텃밭, 관찰 교육시설과 더불어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 친구들은 말 그대로 보물 같은 존재들입니다.


2015년부터는 도시에서 벌을 치는 도심양봉이 시작할 정도로 이곳은 말 그대로 도시에서 생태적 가치를 키워나가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명동 부근에서 시간이 빌 때 개방시간이 맞으면 맘 편하게 애용하던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 생태공원 생태누리





점점 다양해지는 옥상 공간 사례


어느 순간부터 옥상 공간이란 곳이 꽤 다양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친환경과 관련 있는 건물 옥상 공간은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이제는 옥상 위에 태양광 패널이 올려져 있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생태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공공기관 옥상 공간은 단순한 전망대 개념을 뛰어넘어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쉼터공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친환경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옥상공간 활용 사례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입점해 있는 민간 건물 역시 옥상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원을 멋지게 꾸며 놓은 것은 기본이고 고객들이 조금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있지요. 자연관찰 공간, 야외전시관,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공간, 그리고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꽤 넓어지고 있습니다.  


기차역 인근 상권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옥상 공간 사례


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발견한 트렌드는 옥상정원과 병행해 테마공원 형식을 갖춘 다양한 놀이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술, 모험과 같은 테마에 맞추어 옥상 공간을 디자인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는 그런 사례가 늘어나고 있더군요.  옥상 공간을 상업화하는 방향에 대해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객들이 옥상 공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늘어나는 지점에 대해서는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입니다.   


옥상공간에 테마를 도입해 놀이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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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공간 여행, 옥상으로 떠나볼까요?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뚜벅이 여행자 입장에서 옥상 공간이 늘어나는 건 꽤 반가운 일입니다. 예전 같으면 차 시간이 맞지 않아 다음 차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 꽤 난감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기차역과 가장 가까운 건물 옥상쉼터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제가 경험한 옥상 공원 숫자가 늘어날수록 여행길을 대하는 제 태도 역시 넉넉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옥상정원에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관찰하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쉼터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거나 개인 작업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옥상정원이 주는 여유이지요. 특별히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옥상 내 조형물을 만나는 일 역시 흥미로운 순간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잘 찾아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색다른 옥상 공간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행길에 여행지를 대표하는 전시관을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옥상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부터 살펴봅니다. 그리고 기차역, 버스터미널, 백화점/마트가 입점해 있는 고층건물을 중심으로 옥상정원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동안 스치듯 대해왔던 옥상 공간과 친해지는 경험 같이 누려볼까요?    


"옥상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친해지는 순간,  생활 속 옥상 공간 여행"

  

유네스코 회관 옥상 누리에서 금낭화를 처음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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