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신기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뭔가 베란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 웬 카나리아 한 마리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려고 창문 앞에서 푸드덕푸드덕 하고 있더랍니다. 이게 뭔가 싶어 엄마가 창문을 열자 이때다 하고 카나리아가 우리 집으로 쏙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화 같이 카나리아 한 마리를 식구로 맞이하게 된 순간입니다.
그날 바로 엄마와 같이 동네 애완조 가게에 가서 새장을 사러 갔습니다. 엄마는 혼자 있으면 심심할 거라고 카나리아 한 마리를 더 사서 짝을 지어 주었지요. 그리고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앵무새 한쌍을 더 들여왔습니다. 그렇게 베란다에 새장 2개를 놓고 애완조를 길렀던 그때 그 순간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밖에서 날아들어온 애완조는 집에 들이지 마세요.
아마 그 해 추석 때일 겁니다. 아침부터 엄마가 심한 복통을 호소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소화제를 먹고 쉬고 있었는데, 도통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병원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지요. 뒤늦게 병원에 가서 얘기를 들으니 급성 맹장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수술을 잘 마치고 엄마는 일주일 가량 병원에 있다가 퇴원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 주변에 아는 분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마는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가 깜짝 놀랐답니다. 그분 역시 집에 새가 날아들어왔기에 우리처럼 새를 길렀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곤 몇 달 후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갑자기 무서웠다고 합니다. 본인도 카나리아를 집에 들인 후 맹장염에 걸려 입원을 했는데, 그분도 똑같은 일을 겪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고 하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찜찜한 마음에 기르고 있던 기르던 새장을 모두 애완조 가게에 되돌려 주었답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기르던 우리 집 애완조 시절이 막을 내리게 되었지요.
앵무새에 얽힌 이야기 하나 더 남깁니다.
애완조를 다 없애고 난 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학교에서 다녀오니 엄마가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 얘길 합니다.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있는데 갑자기 앵무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우리 집으로 들어오려고 막 난리를 치더랍니다. 일전에 애완조에 얽힌 나쁜 기억이 있어서 그냥 무시를 하려 하는데, 앵무새 녀석이 날아갈 생각도 없이 죽어라 창문을 쪼아대면서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더랍니다.
엄마는 이 친구를 집에 들였다간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려운 마음에 빨래 너는 일을 그만두고 아예 자리를 떴답니다. 엄마 기억으로는 대략 10여 분 넘게 앵무새가 소동을 피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조용해져서 베란다로 가 보니 한바탕 난리 치던 앵무새가 사라졌고 엄마는 그제야 휴우 하고 한시름 내려놓았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 한 구석에 뜨끔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한참 제 성격이 좋지 않던 그 시절 애완조를 기르며 앵무새 친구를 괴롭힌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완조가 집에 들어오면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경험에 덧붙여 제가 괴롭혔던 앵무새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 우리 집에 들어오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연결해보면 그건 저에게 복수를 하러 온 앵무새였을까요?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야, 우리 집에서 내 보낸 앵무새와 어찌나 똑같이 생겼던지 모른다. 근데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렇게 기를 쓰고 우리 집에 들어오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때 본 앵무새 표정이 왜 그리 무섭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