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삶의 방향을 잃고 있던 때였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무엇 하나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길 위에서 마주한 단 한 가지 질문. ‘나는 지금, 정말로 살아 있는가?’ 그 물음에 천천히 답해보려는 걸음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했다.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위한 글이었다. 내가 느낀 것, 배운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록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라기보다, 나를 지키기 위한 작은 등불 같은 글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요가도 함께 시작했다. 나에게 요가는 내면의 언어를 배우는 일과 같았다. 감정이 머무는 자리, 호흡이 머무는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연습. 어떤 날은 글이 나를 다독였고, 어떤 날엔 요가가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글과 요가. 처음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점점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요가는 나를 더 근사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결과보다 과정을, 성과보다 순간을 바라보게 했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말보다 정직한 문장을 남기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그보다 먼저는 나 자신에게 진실하고 싶었다.
하지만 글쓰기의 출발은 언제나 외롭다. ‘과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묻는 순간이 수없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단 한 사람이라도 “덕분에 위로받았다”라고 말해줄 때, 모든 시간은 비로소 빛을 얻는다. 브런치는 그런 빛을 비춰준 곳이었다. 서툰 문장이라도 누군가 읽어주었고, 같은 마음의 결을 지닌 사람들과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작가’라는 이름 앞에 망설임보다 책임감이 먼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글로서 나누고 연결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도.
지금 나는 요가를 가르치고, 여전히 글을 쓴다. 매트 위 수련이 끝난 후에도 삶의 질문은 계속되기에, 그 질문에 문장으로, 때로는 침묵으로 답해본다. 요가 수련에서 얻은 통찰, 일상 속 작고 평범한 순간의 소중함, 내가 놓치지 않으려는 것들. 그런 순간들을 기록하고, 나누고, 잊지 않으려 한다.
브런치와 함께한 이 시간은 내게 하나의 대답이었다. “그래, 당신이 쓰는 글은 누군가에게 닿고 있어요.” 그 한 문장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아직 서툴고, 부족하지만, 나는 여전히 쓰고 있다. 진심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그 모든 것이 내게는 글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요가를 수련하듯 글을 쓸 것이다. 조급하지 않게, 중심을 잃지 않으며, 하루하루의 감각을 느끼는 마음으로. 이게 내가 브런치와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다. 아직 작고 느린 걸음일지라도, 나는 믿는다. 진심은 결국 닿는다는 것을. 나를 살게 했던 문장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도 작은 숨이 될 수 있기를. 이 공간에서 더 많은 나의 글이 자라고, 더 많은 마음들과 이어질 수 있기를. 그 여정에 계속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