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em Jan 25. 2021

집단적 독백

답답함이 외로움으로 변하는 순간

 심리학에 '집단적 독백'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집단적 독백은 자기중심적 언어의 일종으로, 상대방의 질문이나 반응에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주로 유아기에 나타난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집단적 독백은 성인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집 앞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 어느 봄날 이었다. 옆 테이블에 중년 부부가 들어와 앉았다. 옷을 꽤나 차려입은 부부였다. 이 부부가 앉은 테이블이 내 테이블과 가까워 둘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그것이 그들만의 대화방식 일지도 모르지만, 둘의 대화하는 것이 어색해 보였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주고 받는 것이 아닌, 서로 하고싶은 이야기만 하는 듯했다. 남편으로 보이는 분은 회사 이야기를 부인으로 보이는 분은 자식들의 이야기를 했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전혀 없었다. 대화의 접점이 전혀 없이 수평선을 달리는 것처럼 들렸다. 가장 가깝다면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집단적 독백’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왠지 모르게 부부는 함께 있으면서도 대화의 중간중간 찾아오는 침묵 사이의 표정은 무언가 허전해 보였다. 그 부부는 카페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득, 저 둘의 대화는 처음 연애를 시작 할 때부터 저렇게 일방적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나 의사소통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글을 읽지 못한다거나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고, 상대방의 마음이나 생각을 잘 읽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자기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을 잘 몰라서 표현을 못 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닌데 스스로도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울지.     


 얼마 전 만난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꽤나 오랜 시간을 외국에서 생활한 친구였다. 친구는 자신이 살던 도시들이 너무나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곳에서 살더라도 외롭고 허전했다며, 그 상황을 이외수 작가의 ‘사랑하는 이가 없다면 무인도’라는 말을 인용했다. 외국의 환경은 좋았지만, 그럼에도 진심으로 사랑할 사람이 없어서 너무 외로웠다고.


 어쩌면 삶이란 다른 사람들과 관계의 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좋아하는 이들과의 시간 들 말이다. 내 마음과 생각을 진정으로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에서도 외롭지 않을 테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로운 무인도가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괜스레 힘들고, 허무하고 부질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아마 서로가 충족할만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마음을 잘 헤아려 주어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무인도에 홀로 남겨져 있지 않도록.

함께 하면서도 외롭지 않도록.


답답함이 외로움으로 변하는 순간

적응은 체념으로 변하기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 연애를 하며 배운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