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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em Jan 26. 2021

슬픈 신세계

빠른게 좋기만 한 걸까.

2019년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불과 1년 만에 9천만 명이 넘는 확진자를 발생시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온 세상에 알리고 있다. WHO에 따르면 무증상자를 포함해 실제로 이 바이러스가 지나쳐간 인구수는 8억 명 가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는 인류의 생활을 급격하게 바꾸었고,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는 예측이 아닌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는 본의 아니게 또 한 번의 격변을 겪는 것이다.


"코로나가 인류가 천천히 가려던 길을 팡(FANG -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하고 차 버렸다."


 코로나로 인한 수많은 변화의 지표들을 보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미국의 500대 부자의 자산은 2000조가 증가하고, 하위 20프로의 40프로는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5대 빅 테크 기업이라고 FAAMG(facebook, amazon, apple, microsoft, google) 불리는 기업들의 경우 주당 순이익이 전년대비 16%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미국의 500개의 대기업을 대표하는 S&P500의 중 빅 테크 5개를 제외한 나머지 495개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0% 라고 한다. 미국의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러셀 2000에 속하는 2,000개 중소기업은 7% 적자라고 한다. 그리고 이 빅 테크 기업들이 지향하는 바는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기술의 발전은 서비스직의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고, 데이터의 누적과 AI의 기술의 발달은 대다수의 사무직을 빠른 시일 내에 효율적으로 대체할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현재의 실업률이 아니다. 어느 논문에 따르면 신흥국의 경우 올해 17억 명의 학생들이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했고, 이 중 6~9억 명은 이번 사태로 앞으로 영원히 학교를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단순히 저소득층의 부가 아닌  '교육'에 더 큰 치명타를 입혔고, 이는 그들의 '현재'보다 '미래'에 더 큰 타격을 입힌다는 의미이다. 백신이 보급되는 속도가 이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양극화 현상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고, 우리나라가 현재 주력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등의 제품들은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미래에 수혜를 받는 제품들이다. 현재 대기업들의 주가를 보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코스피는 3천포인트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의 매출 성장률이 40%에 가까울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수 많은 가게들이 폐업하고, 실업률은 증가하고 있다. 


천조짜리 회사인 구글은 5년간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인류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한 가장 대표적인 두 소설을 뽑자면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이다. 이 두 소설은 전혀 다른 듯 같은 미래를 그린다. '1984'는 철저히 강압적인 지배를, '멋진 신세계'는 철저히 쾌락을 이용한 지배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두 소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에서 넘볼 수 없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두 소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넘볼 수 없는 '계급'의 차이가 코로나가 가져온 양극화의 수치를 보면 그저 상상이라고 웃어넘길 수 없어 보인다. 가속도가 붙은 양극화의 종착역은 넘볼 수 없는 계급의 고착화가 아닐까.


 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퍼지자 영국의 노동자들은 기계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러다이트 운동의 내면에는 빈부격차와 실업문제라는 요인이 본질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인류의 생산성은 급진적 발전을 이루어낸 아름다운 성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실업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과 새로운 산업이라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문제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을 보면 인간의 노동력이 더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AI의 발전은 결코 기계가 넘볼 수 없을 거라 예상했던 예술의 영역도 어느덧 넘보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 미래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어떤 생물이라도 위협을 느낀다면 공격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설자리를 잃어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인류가 '계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부수기 위해 위해 다음에 파괴할 것은 무엇이 될까. 기술의 발전이, 경제의 발전이 지금처럼 뒤돌아 보지 않고 진행된다면 슬픈 신세계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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