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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em Jan 24. 2021

연애를 하며 배운 것들


똥강을 생각하며 쓴 글 중 하나.


"코로나 심한데 잘 지내고 있어?


 몇 개월간 똥강에게 다시 연락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내가 이 고민을 왜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나는 다시 똥강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똥강이 내 연락을 무시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똥강에게 다시 연락이 오는 것이지만, 그건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거니까 그냥 연락을 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멀어진 후, 나는 똥강의 연락처를 지웠고 다시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그때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 중 똥강과 한 번 같이 만난 친구가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고, 그 친구에게 똥강의 카톡이 추가되어 있었다. 카카오톡이 메신저를 독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똥강과의 이야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잘 알고 있는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고 한 참을 놀린 후 잘해보라며 똥강의 프로필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나는 똥강에게 뭐라고 메시지를 보낼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코로나를 핑계 삼아 내 마음을 전송했다. 받으면 대화를 좀 나눠보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인연이 아닌 거겠지라며.


 생각보다 똥강의 답장은 빨리 왔다. 똥강은 올해 초까지 일을 하고 현재 쉬는 중이며, 코로나 때문에 본의 아니게 쉬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똥강과 연락하는 동안 어색함,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교차하며 나타났지만, 분명 똥강이 나의 연락을 반긴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약 3년, 똥강과 아무런 교류 없이 지낸 기간은 짧지 않았고 그 기간 동안 나는 많은 사건과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 사이의 공백의 시간을 연락을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개구장이 같았는데, 지금은 어른이 된 것 같아."

"옛날에는 내가 좀 많이 아팠지"


연락을 주고받던 도중 갑자기 똥강은 저런 이야기를 했다. 똥강은 옛날과는 많이 변한 나의 모습을 조금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가 연락을 주고받으며 한 번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고 연락한 지 2주 후, 잠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래간만이네.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지. 밥 안 먹었지? 밥 먹으러 가자"


 옛날에도 우리는 주로 잠실에서 만났었다. 또다시 같은 장소에서 그녀를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똥강은 꽤나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멀어지는 순간의 미안함이 남아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똥강과 월드몰 3층 음식점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조금의 어색함이 우리 주변에 흘렀다. 나는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똥강은 오래간만에 만난, 그때와는 다른 내가 많이 어색한 것 같았다. 아마 나도 옛날이었다면 많이 어색함을 느끼며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삼 내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와 달라진 건 내 생각뿐인데 상황에 대처하고 풀어가는 방법도,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심리적 여유도 생겼다고 할까.


"이거 퍼즐이다."


갑자기 똥강이 음식점 액자에 걸린 토토로 퍼즐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색함을 뚫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거 퍼즐이다'라니.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똥강은 왜인지 당황하는 듯 한 눈치로 정말 퍼즐인 게 신기해서 라는 이야기를 했다. 똥강이 얼마나 어색해하는지 느껴지는 동시에 아직까지 순수한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우리는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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