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미
똥강은 피부가 예민하고, 피부에 예민한 사람 이었다. 옛날에도 만나기로 하고 피부 때문에 약속을 깨트린 적이 몇 번 있었다. 내가 약속을 하고 첫 만남을 갖기 까지도 똥강의 피부트러블로 만나는 날짜가 미뤄지기도 했었다. 그런 똥강이 마스크로 인한 피부트러블을 감내하면서 계속 나를 만나러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서로가 없었던 시간들을 공유했다.
인간은 부정적 감정을 훨씬 크게 느끼는 동물이다. 부정적 감정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내면의 깊은 상처에 휘둘리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 상처는 대부분 감정적으로 아주 가까웠던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
가까울수록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에
가까울수록 마음의 연약한 부분을 내어주고, 그 연약한 부분은 너무나도 쉽게 상처받기에
가까울수록 그 사람이 내 세상의 전부라고 믿기에, 그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은 무엇보다 크기에
이 슬픈 사실은 어쩌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가진 운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내면의 가장 큰 상처들도 공유했다. 서로의 기쁨보다 아픔을 공유할 수 있고, 그것을 조금이나마 상대방으로 인해 치유받을 수 있다면 그건 참 경이로운 관계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못난 내 모습을 보여주어도, 그것을 괜찮다고 받아들여주는 사람.
우리는 그렇게 두 어번을 더 만났다. 그녀와 만나 대화 나눌 때 마다, 나는 똥강과 함께하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의지하며 삶을 나눌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만하게도 내가 똥강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을것 같다는, 자유롭게 해 줄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만나볼까?"
나는 똥강에게 이야기 했고, 똥강은 헤어질 때 답을주겠다고 했다. 우리가 헤어지고 내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도중에 똥강에 만나보자는 답이 왔다. 3월20일, 겨울이 녹은 자리에 봄이 피어날 쯤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내 삶을 전부 공유할 수 있을것만 같은 사람과의 연애라니.
'드리미' 내 카톡에 저장되어 있는 똥강의 이름이다. 꿈을 꾸는것 같아 'Dream'으로 만든 애칭. 똥강과 멀어져 있는 동안에도 왜인지 결국 모르게 똥강과 다시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했고, 그렇게 나는 똥강과 함께 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