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도 힘이 있을까?

초보 요기니인 내가 요가를 수련하며 느낀 것들

by 지원로그

요가를 처음 만난 순간이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헬스는 너무 지루하고 뭔가 마땅한 운동을 찾다가 주변에서 많이들 한다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고민했다.

그리고는 곧 동내 요가원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처음 요가를 시작했더랬다.

그게 2016년도 여름 즈음이었다.


2018년 늦여름쯤 강남에서 학원을 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익히던 시간이 있었다.

석사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오래 해오던 공부를 정리하고 취업을 위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던 때라

많이 지쳐 있었고, 불안한 감정에 아침마다 강남 가는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 위안 삼던 시간이었다.


한 시간이 빠듯한 출근버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자리에라도 앉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어정쩡한 자세로 손잡이를 잡고 버티고 서있는 게 전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원 첫 수업 전날에 집 앞에서 이불을 털고 들어오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며 오른쪽 발목에 깁스까지 했었다.


크게 다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우당탕 굴러떨어져 현관문 앞에 이불과 함께 착지한 나를 일으켜줄 사람 한 명이 없었고, 절뚝이는 다리로 올라타도 자리 양보조차 받을 수 없는 야박한 출근버스 인심은 괜히 나를 서럽게 만들었고, 뛰지도 못하고 서있는 어딘가 어색한 내 모습이 세상에 서있는 폼과 같았다.




그러던 중에 sns를 통해 논현역 근처에 요가원에서 서포터를 모집한다는 게시물을 보았다. 점심쯤 학원 끝나면 시간도 남겠다, 나름 운동 좀 해봤다는 나는 냉큼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였다. 곧 인터뷰 전화가 한 번 오더니 정해진 날짜와 장소를 통보받았다.


정확한 인원은 기억 안 나지만 20명? 혹은 그 언저리쯤의 인원이 한 요가원에 모였다. 매주 토요일은 같이 운동을 하고, 오전팀과 저녁팀으로 나뉘었다. 몇 번쯤 요가원에 방문하니 안면이 트이고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르고 그날도 수련을 마치고 땀을 식히다가 원장님에게 넌지시 '저 오전에 정말 듣고 싶었던 수업이 있는데 한 번만 들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따뜻한 미소를 가진 원장님은 언제나 그렇듯 환영해 주셨다.


학원이 끝나고 한여름에 비하면 조금은 시원해진 공기 속에 요가원에 도착해 매트를 펼치고 자리를 잡았다.

저녁시간과 달리 몇 안 되는 인원에 창 가득 들어오는 해가 기분이 좋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지만 '차크라'라는 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오늘 하루를 '매트 안에서 나만 바라보며 수련하기'라는 목표를 두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식적으로 매트 밖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어떤 아사나를 만들었는지, 어떤 동작을 했는지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시선이 내 몸이나 밖이 아니라 마음을 향하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움직였을까? 수업 시간이 한 시간이니 40-50분은 움직였을 것이다.


그리고 요가 수련의 마지막. 사바아사나. 송장자세라고 불리는 자세로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모든 힘을 풀어내고 매트 위에 누웠다. 그냥 눈물이 나왔다. 왜 우는지도 모르고 눈물이 계속 흘렀고 당황스러웠다. '어쩌지..'라는 걱정이 몰려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수습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최대한 참아볼까?' 하지만 나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흐르는 눈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곤 빛을 가리기 위해 눈 위에 덮어둔 작은 수건이 축축해질 정도로 눈물을 계속 흘렸다.


그때의 기억이 강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조금만 오래 앉아있어도 쉽게 부어버리고 순환이 힘든 내 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요가 수련을 이어오고 있다. 다른 운동들은 회사를 다니며 시간이 부족한 탓에 다 정리했는데 요가만은 내가 숨 쉴 구멍이라 생각되어 내 평생의 운동이라 생각하고 어디가 되었던 요가 매트위에 올라서려고 노력한다.




며칠 전 퇴근길에 회사 상사로 인해 크게 상한 기분을 끌어안고 요가원에 갔다. 괜히 싱잉볼도 두드려보고 선생님께 내게 있었던 기분 나쁜 일도 털어놓으며 수련을 시작했다. 스트레칭을 시작하려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찔끔찔끔 눈물이 나왔고 코까지 찡해져 호흡도 어려웠다. 눈물은 나를 치유했던 그 순간으로 데려다 두기도 하고, 퇴근길 기분 나빴던 순간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이번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동작에 집중하였다. 눈물은 금방 말랐고 나는 신체의 움직임에 내 관심과 마음을 쏟아내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겨우 핸드폰을 보니 요가 선생님에게 연락이와있었다. 새벽시간에 내 생각이 자꾸 나였는지 눈물이 나면 참지 말고 많이 울어서 힘든 것들을 씻어내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메시지를 받는 순간 알았다. 눈물에는 나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때로는 마음을 씻어내서, 때로는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이제 나는 마음에 조금 더 힘이 생겼다. 눈물에는 분명히 큰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