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뭐하는 사람이니?’
그 순간,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림 전시에 참여했고 주로 그림으로 수상을 하긴 했으나, 내가 올리는 개인 작품들에는 늘 글과 그림이 함께 하기 때문에
그림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화가’, 혹은 ’ 일러스트레이터’와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글작가’ 중 어느 한 가지로만 나를 표현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작가’라고 단번에 말하기에는 뭔가 조금 스스로 부족한 느낌)
아무튼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매번 이런 질문을 자주 듣다 보니, 나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
‘내가 잘하는 것은 그림 그리기, 내가 좋아하는 것은 글 쓰기입니다.’
아마도 이 말이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림 전시에 참여하거나, 그림으로 수상을 하게 되면 관계자분들은 나를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신다. 그럼에도 ‘작가’라는 이름이 늘 어색한 이유는,
내게 있어 ‘작가’라는 이름은 직업이라기보다, 오히려 성취해야 할 하나의 업적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며칠 전 노들섬의 일상 작가로 선정된 것은 내게 큰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다는 것. 이것은 누군가에겐 다소 사소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사람은 주로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으로 설명된다. 회사에 있는 사람은 직장인, 교회에 있는 사람은 목사님, 절에 있는 사람은 스님,
병원에 있는 사람은 의사. 그렇다면 작업실 혹은 집필실에 있는 사람은? 바로 ‘작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들섬의 노들 서가는 내가 누구인지를 설명해주는 공간이 되어준 셈이다.
노들섬이라는 좋은 공간의 집필실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나는
아마도 이곳에서 좋은 글, 좋은 그림을 그려나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