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는 굳은살이 생기지 않아요.
살면서 악플을 경험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태어나 처음 악플을 받았을 때, 나의 심장은 ‘쿵쿵쿵’하고 두근거렸다. 얼굴은 화끈거렸고, 하루 종일 심란했다.
몇 개 안 되는 악플을 받고도 이렇게 하루가 심란한데, 수백수천 개의 악플을 받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평소 게임을 하며 욕설과 패드립은 꽤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자만이었다. 그 어떤 작은 말도 쓴소리는 정말 쓰고, 가시 돋친 말들은 사정없이 가슴팍을 ‘팍’하고 찌른다.
눈에 안 보이는 사람들의 말인데 마치 면전에서 욕을 얻어먹은 듯한 기분이 든다. (체험하고 싶다면, 어떤 플랫폼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쓴 글이나, 그린 그림을 업로드해보시라. 악플은 무조건 달릴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내가 주로 그림과 글을 올리는 사이트는 주로 예술 분야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이라,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이트다. 그래서 조회수나 댓글이 크게 높은 편은 아니다. 이 플랫폼에서 1년 반 정도 글을 올렸을 때 즈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플랫폼에 작품을 하나씩 업로드해보며 반응을 살펴봤다.
평소 올리던 플랫폼에서는 한 작품당 평균 조회수가 100 정도 달렸다. 가끔 네이버의 메인화면에 뜰 때는 조회수가 1만에서 2만까지 기록되기도 했다. 이 플랫폼에서 사실 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났다.
댓글 중에 악플이나 쓴소리는 1년 반 동안 한 건도 없었다. 모든 댓글이 응원과 칭찬이었다. (아마도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라 격려를 많이 해주신 것 같다.)
일반인들에게도 다소 알려진 플랫폼에 그림을 올리자 많으면 10만에서 20만까지도 조회수가 찍혔다. 많은 조회수가 찍힌 만큼 많은 댓글들이 달렸는데, 좋은 댓글과 나쁜 댓글이 섞여 있었다. 댓글 보는 재미에 새로고침을 쉴 새 없이 누르며 하루 종일 댓글을 관찰했다. 좋은 댓글은 감사했고, 건전한 비판의 댓글을 통해서는 나에게 부족한 부분 되돌아봤다. 그런데 댓글 중에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댓글들도 몇몇 존재했다. 내가 생각한 의도와는 다르게 작품을 해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나라는 사람을 판단하는 댓글도 달렸다.
나는 그런 의도로 만든 작품이 아닌데...
태어나 누군가에게 쓴소리를 듣거나 욕을 먹어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갑작스레 날아온 악플이 꽤나 아팠다. 하루 종일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냥 그림과 글을 내려버렸다.
그리고는 주변 지인들에게 욕먹었다고, 태어나 처음으로 악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악플을 보여 달라는 그들에게 악플을 보여줬다. 그러자 다들 내게 말했다.
이 정도는 악플도 아니야!!!
인터넷 세상 속에서 악플과 패드립에 익숙해져서 이제 웬만한 욕은 욕도 아니게 되었다. 나 또한 게임에서 욕설과 패드립을 많이 접하다 보니 무감각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욕먹는 것은 결코 무덤덤해지지 않는다. 최근 보고 있는 ‘나의 나라’라는 드라마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무사가 칼을 아무리 많이 맞아도, 칼을 맞을 때면 늘 아프다. 고통은 무덤덤해지지 않는다.
악플을 받고 난 이후부터는 그림을 그리는 소재를 정할 때나, 그림을 그리고 나서 스스로 한 번 검열을 하기 시작했다. 욕먹을 부분이 없나, 찾아본다. 그런데 정말 사람들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여 지적한다.
그래서 나는 온실과 같은 플랫폼에서만 주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악플을 보고도 덤덤하게 넘어가는 마음이 안된다. 내 마음은 아직 방탄조끼를 입지 않았다. 찬 물에 뛰어들기 전, 준비 운동도 좀 하고 가슴에 물도 좀 끼얹고 들어가야겠다.
만약 내 주변에 누군가가 이런 경험을 하고 걱정을 내게 토로했다면 나도 아마 “신경 쓰지 마 또는 읽지 마” 와같은 답변을 했으리라.
그러나 이게 막상 나에게 닥쳐오면 그렇게 무심하게 넘겨버리기가 되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가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고, 이를 반대하는 세력과의 다툼 이 주가 되는 이야기다. 극 중 한글 창제를 방해하는 인물인 “정기준”이 세종대왕인 “이도”에게 이런 말을 한다.
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자들이 함부로 글을 쓰면 어떻게 되겠느냐.
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게 되는 것이야.
글자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건전한 비판은 조금 아파도 괜찮아요, 하지만 악플은 아파요. 괜찮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