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그림
평소 나는 오랜 시간 공들여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틀린 것을 수정해 가며 곧은 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밑그림, 덧칠, 수정과 같은 작업이 필요 없는
먹물로 그리는 ‘사군자’를 나는 좋아했다.
(사군자란, 매화, 대나무, 난초, 국화를 화선지에 먹으로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사군자는 그렇게 그렸지만, 사람을 그리거나, 사물을 그릴 때, 밑그림 없이 그리는 것은
꽤나 큰 도박과 같았다. 작품이 거의 완성되었다가도, 작은 실수로 인해 해피엔딩으로
가고 있던 나의 몇몇 작품들이 갑작스럽게 새드 엔딩을 맞이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붓펜으로 다시 그림을 그려
실수로 인한 새드엔딩을 조금은 막아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 작품이 ‘최후의 만찬’이다.
(참고로 붓펜은 사군자의 영향으로 쓰기 시작한 재료이다.)
처음에 작은 연습장에서 시작했던 ‘최후의 만찬’은 그 크기가 점점 확장되어,
연습장을 여러 장 이어 붙여 완성하게 되었다. 기간은 1주일에서 2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손 그림은 한 번 실수하면, 그 작은 실수가 너무 신경 쓰여 다시 처음부터 그리게 되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크기도 꽤 크다.)
현재 이 작품은 둘째 이모가 소장 중이시다.
이 작품으로 인해 이모들이 기독교 작품을 요청하셔서 종교 그림을 2개 더 추가로 그리게 되었다.
작품을 다 그리고, 우리 집에도 하나는 있어야 할 듯해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좀 특별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제작한 것이 바로 “아빠의 기도”라는 작품이다.
작품 “아빠의 기도”는 현재 우리 집에서 소장 중이다.
이 3점의 작품이
밑그림을 그린 후, 붓펜으로 그린 첫 작품들이다.
이후 꽤 오랫동안 이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