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리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하얀 노트.
나는 멍하니 앉아,
스탠드를 켜고 창문을 열어 둔 채
그 하이얀 속살에 무언가를 끄적여본다.
계획이란 없다. 그저 연필,
그 깊숙한 곳에 담긴 검은 심이
바스라질 정도의 세기로
꾹꾹 눌러 담는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떠오르는 사람, 떠오르는 거리, 그저 점, 선, 면....
빼곡하지 않게, 공간을 낭비해가며 듬성듬성 그려본다. 종이가 조금 아깝지만, 엉겨 붙는 건 싫으니까.
지우개 따위는 필요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끄적끄적.
하루를 그렇게 낙서처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