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리버사이드 아트 갤러리’
강물처럼 흐르는 오늘의 예술: ‘난 리버사이드 아트 갤러리’
1. 난(Nan)의 예술이 머무는 쉼표
난 시내를 조금 벗어나 난 강(Nan River, แม่น้ำน่าน)변을 따라가다 보면, 약 6,200평(13라이)의 드넓은 정원 속에 나지막하게 자리 잡은 ‘난 리버사이드 아트 갤러리(Nan Riverside Art Gallery, หอศิลป์ริมน่าน)’를 만난다. 이곳은 난 출신의 저명한 화가 위나이 쁘랍리뿌(วินัย ปราบริปู, Winai Prabripoo) 선생님이 2004년에 설립한 곳으로, 올해로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난의 현대 예술을 지켜온 예술의 요람이다.
위나이 선생님은 방콕에서 성공적인 화가로 활동하면서도 늘 고향인 난의 풍경과 전통을 그리워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사비를 털어 13라이(약 6,000평)의 대지에 이 갤러리를 세웠는데, 이는 고향의 후배 작가들이 마음껏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소멸해가는 난의 전통 벽화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함이었다.
2. ‘흐언 난 부아 판’, 거장의 숨결을 기리다
최근 이곳은 더욱 체계적인 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특히 메인 갤러리 외에 새롭게 정비된 '흐언 난 부아 판(เฮือนหน่านบัวผัน, Huan Nan Bua Phan)'은 왓 푸민과 왓 넝부아의 유명한 벽화를 그린 화가 '난 부아 판'을 기리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난 지역 전통 벽화가 지닌 인문학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 사원에서 보았던 감동을 지식으로 완성하게 해준다.
2. 철길을 딛고 예술로 향하는 발걸음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계단이 하나 있다. 2층 전시실로 향하는 발밑을 가만히 내려다보면, 세월의 흔적이 듬뿍 묻어나는 투박한 나무계단이 우리를 안내한다.
놀랍게도 이 계단은 예전 철로에 사용되었던 침목을 가져와 만든 것이다. 누군가를 어디론가 실어 나르던 그 뜨겁고 고단했던 '길'의 조각들이, 이제는 예술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낮은 통로가 되었다. 묵직한 침목 계단을 한 칸 한 칸 딛고 올라갈 때마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나무의 단단한 질감은 마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를 건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3. 벽화 속 그 들이 캔버스로 걸어 나오다
철로 계단을 지나 전시실에 들어서면, 왓 푸민(Wat Phumin, วัดภูมินทร์) 벽화 속 인물들의 현대적인 변주를 마주하게 된다. 150년 전 벽 위에서 속삭이던 ‘뿌만 야만(ปู่ม่าน ย่าม่าน, Pu Man Ya Man)’ 뿐 아니라 벽화 속 주인공들이 그 모습 그대로 혹은 현대적인 옷을 입고 캔버스 위에서 다시 우리를 바라본다.
이곳의 그림들은 과거의 유산이 박물관에 갇힌 박제가 아니라, 오늘날의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살아있는 원천임을 증명하고 있다. 강물은 서두르지 않고 흐르고, 갤러리 정원의조각들은 그 고요를 방해하지 않는다. 난의 예술은 결국 이 철로 계단과 강물처럼, 투박하지만 단단하게 우리 삶의 길 위로 스며드는 것이었다.
4. 자연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조각 정원
갤러리 본관을 나오면 설립자 위나이 작가님의 확고한 철학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는 “예술은 박물관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믿는다. 그 믿음이 실현된 조각 정원을 걷는 시간은 난이 주는 또 하나의 사치스러운 선물이다. 현대적인 추상 조각과 ‘뿌만 야만’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썩 괜찮은 곳이다.
5. 나난 카페(Na Nan Cafe), 강물과 나누는 ‘물멍’의 시간
정원 끝자락, 난 강을 정면으로 마주한 나난 카페(นาน่าน คาเฟ่, Na Nan Cafe)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서너 차례 찾아갈 때마다 조금씩 더 자란 나무들이 내어주는 시원한 그늘 아래 앉아 진한 태국식 커피 한 잔을 들이켜 본다. 방문객에게 건네지는 예쁜 기념엽서 한 장은 덤으로 갖는 예쁜 기억이 된다.
화려함보다는 목재와 예술품이 어우러진 따뜻한 분위기, 여전히 예술가들의 사랑방 같은 이곳에서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물멍’에 빠져든다. 위나이 작가님이 갤러리 문턱을 낮추고 정원을 가꾼 이유는, 아마도 예술이 우리의 일상과 이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섞이길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관람 정보 (2026년 기준)
운영 시간: 오전 9:00 ~ 오후 5:00 (매주 수요일 휴관)
입장료: 20바트(THB).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한 기부금 성격.
위치: 난 시내에서 푸아(Pua) 방향으로 약 20km. 차량 이용 시 약 15~20분 소요.
강물은 서두르지 않고 흐르고, 정원의 조각들은 침묵으로 대화한다. 난의 예술은 결국 이 철로 계단과 강물처럼, 투박하지만 단단하게 우리 삶의 길 위로 스며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