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나도 평생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고, 쓰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언젠가는 북카페를 차리겠다는 로망 때문인가. 책과 관련된 사람들을 좋아한다. 셀럽인 분들이 책방을 내면 반갑다. 그 사람과 나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에 반갑고, 책에 대해서 공감하는 시간이 좋다. 그래서 배우 박정민도 내가 더 깊게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책방 이름 ‘무사’와 같이 ‘늘 무사하세요’라는 말을 이 책방에서는 자주 한다. 처음 읽을때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이틀에 걸쳐 책을 읽는 동안 무사한 하루를 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런 안부를 전하는게 얼마나 감사한 위로가 되는지 느껴지는 바가 있다. 이 책은 뒤편에 보면 ‘2018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라는 마크가 있다. 어머! 반가워라. 2019년 이 사업에 지원한 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책이였다. 나와 같은 지원사업에 도전한 적 있다는 책이라는 게 그 마음을 더했다.
박정민의 <쓸만한 인간> 개정판을 읽다보면 혹시라도 본인의 책과 내용들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본인이 한 이야기에 사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사회인데, 그 마음에 놀랐다. 이 책 <오늘도, 무사>를 읽다가 요조님에게도 같은 맥락을 살펴볼 수 있었다. <청춘 페스티벌>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을 때 전년도에 본인이 강연했던 이야기에 혹시라도 상처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개인의 경험으로 깨달은 나만의 교훈일 뿐 결코 만인에게 정답이 될 수 없으며, 내가 그것을 강요할 자격 또한 없다고 말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 일을 요조님은 해냈다. 어쩐지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나는 책을 읽다가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읽고, 파생되어 또 다른 책을 접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도 무사’에서 몇 권의 책을 소개해주었고, 인터넷 온라인 서점에서 바로 검색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절판된 책이 대다수였다. 아... 읽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쉽게 나오지 않는 주제들을 이야기 하는 것 묘한 매력에 끌렸다. 성 소수자를 인정하고, 진정한 페미니즘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모습이 반가웠다. 창피하게도 미소지니misogyny 라는 용어를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그리고 이어서 <벌새>책을 봤는데 거기에서도 미소지니misogyny라는 단어가 나왔다. 책들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을 늘 이렇게 언급하고 목소리를 냈는데, 나는 이제야 그 목소리를 듣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나 스스로도 제대로 된 정의를 내리고 내 안의 ~~니즘을 키워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숙제가 많아진다. 책에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고, 나도 그 감상을 느껴보고 싶다. 내게는 신선한 흔들림을 주는 책이였다.
찌질한 백수가 마음에 담은 문장
오늘도 무사하세요.
244p.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 정신없이 그 말을 했다. 그때의 내 이야기에 혹시라도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개인의 경험으로 깨달은 나만의 교훈일 뿐 결코 만인에게 정답이 될 수 없으며, 내가 그것을 강요할 자격 또한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