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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Apr 03. 2020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낯선 에세이에서 익숙한 글맛

낯선 작가에게서 익숙한 글맛이 난다. <한겨레 출판>에서 나오는 책에 관심이 많아서 신작을 살펴보다가 제목이 너무 와닿는 책을 만났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에세이를 좋아하는 누가 내 얘기를 써놓은 것 같은 익숙함에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책표지를 넘기자마자, “아, 이 작가님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내 책장을 뒤적거렸다.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구입은 했다면 나는 독자인가, 단순한 구매자인가, 구독자인가, 박상영 작가님이 쓴 책 두 권이나 내 책장에서 잠들어 있었다. 에세이부터 읽고, 소설집을 역순으로 읽어봐야겠다. 시를 쓴 작가라도, 소설을 쓴 작가라도, 나는 소설을 접하기 전에 먼저 그 분이 쓴 에세이가 있는지 찾아본다. 난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누구나 내 동생, 언니, 친구가 되는 기분. 그런 조금 가까워지는 기분을 갖고 소설을 접하는 방식이 즐겁다.     

게을러보이면서도 부지런한 작가님의 일상이 흥미로웠다. 직장을 다닐 때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출근을 했다는 사실에 있을 수 없는 일을 누군가 해낸 기분이였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반 대학원을 들어갔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직장에 취업을 했다. 직장에서 일할 때 근무시간에 일하고 저녁에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는 분들이 참으로 신기했다. 나는 도저히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직 학생인 신분으로 대학원을 다닐 때 그 지적 호기심과 스트레스들이 창궐하던 시절임을 알기에, 업무와 무엇인가를 병행한다는 것은 나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어려운 걸 이 작가님은 해낸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생각하며 숱한 유혹에 빠지는 밤의 시간, 그 달큰한 시간을 나 또한 허망하게 지낼 수 없기에 무언가 채우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먹는 행위로 표현된다는 것에 조금 아쉽지만, 언젠가는 글로 채우고, 감성이 채우고, 낭만이 채우고.... 이건 너무 갔나. 아무튼. 아무튼 조금 덜 먹고 다음날 아침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속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그런 밤을 채우고 싶다.     


책을 읽으며, 지금은 작가분이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직장에 대해서 이렇게 홀가분한 표현들을 써도 누가 뭐라고 안하나? 생각했다. 나도 이미 한 권의 책을 쓰고, 그것도 소설이였는데, 너무 사실로다가 써버려서 전 직장 상사가 연락을 끊었다. 뭐 그러려니... 난 할말 했으니까. 그런데 이 작가님도 약간 걱정됐다. 나중에 직장 사람들한테 한소리 듣는거 아닌가. 너무 솔직해서 놀라움이 컸다.    

 

또 신나는 일은 ‘박상영’작가님을 이번에 새로이 알게 되었지만, 이미 구입해둔 책이 모두 초판 1쇄라는 것이다. 내가 먼저 그 분의 가치를 알아본 느낌? 그런 느낌에 감동이 온다. 아무쪼록 내일 일어나면 무얼 먹을까 생각하며 오늘 밤은 굶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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