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수리 감성돈 Apr 05. 2020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굿나잇의 다정함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통해 알게된 이도우 작가님. 산문집이 나왔다길래 기대감에 얼른 구입했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정했다. 다정한 이웃이 내게 여름이면 수박을, 겨울이면 고구마를 함께 꺼내놓고 시간을 보내는 기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도우 작가님의 소설을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면, 산문집을 읽어보고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소석 속 주인공과 주변인물에 대한 내용과 풍경, 사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산문집을 먼저 접한 후 기대감을 안고 소설을 접해봐도 좋을 것이다. 소설을 먼저 접했던 분들이라면 산문집에 집중이 잘될 것 같다. 나도 아는 내용이라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다정하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산문집에서 등장하는 등나무의 꽃말에 주목하게 되었다. 등나무의 꽃말은 ‘어서오세요, 아름다운 나그네여.’라고 한다. 얼마전 재미로 알아보았던 자신의 꽃 알아보는 어플에서 나는 등나무라는 꽃말을 얻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운동장 끝에 있던 나무 벤치가 등나무 교실로 불렸다는 내용을 브런치에, 인스타에 쓴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 나와 비슷한 풍경을 묘사한 것을 보았다. 순간 너무 친근함이 느껴져 이도우 작가님의 인스타에 접속해보고 팔로우를 눌렀다. 이건 인연이야, 운명이야, 내가 이도우 작가님을 팔로우 할 수 밖에 없는 연결고리야. 생각하며 푹 빠져 버렸다.     


산문집을 읽는 내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글감들이 생겼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느낀 바 있는데, 왜 나는 글로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글이 엄청 쓰고 싶어졌다. 글을 쓰라고 독려하는 내용은 없는데, 글을 쓰게 만들고, 별거 아닌 일상이였는데 그 일상이 행복이였다고 알게 해주는 책. 굿나잇 인사 속에서 우리가 갖게 되는 내일 또 만난다는. 오늘도 수고했다는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굿나잇이 이렇게 다정한 말인 줄 몰랐다.     




찌질한 백수가 마음에 담은 문장


52p.

우리는 살아가면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자주 결심하다. 잘해보겠다고, 애써보겠다고. 그건 그대로 좋은 태도겠지만, 그렇다고 울지 않겠다거나 강인하겠다, 슬픔을 이기겠다고까지 굳게 마음먹을 필요는 없다.    


188p.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내가 가진 회피 기질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복잡하고 삭막한 세상을 겪을수록 픽션 속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그 안에서 완벽해지는 스토리로 들어가 나오고 싶지 않던 시절이 길었다. 타인에게 그런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는 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저어되기도 했고, 공감받지도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260p,

추억이 없는 따뜻한 곳    

태어나서 얻은 하나의 이름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낯선 에세이에서 익숙한 글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