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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Apr 06. 2020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그렇게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

언제부터 마스다 미리님 책을 손에 쥐게 되었을까. 아마도 30대가 된 후이다. 마스다 미리 작가님도 나와 비슷한 연령대로 함께 나이들어가며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기분을 나 뿐만 아니라는 것은 30~40대 독자층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읽으며, 한 두 개 공감거리를 찾으며 좋아했는데, 이제 이 만화 전체를 공감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마스다 미리님 작품 중에 <오늘의 인생>, <영원한 외출>을 유독 마음쓰며 봤다. 국내에서 <수짱 시리즈>로 많이 알려졌지만 작가님의 속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이 두권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에 읽은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는 수짱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수짱 시리즈 중에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먼저 읽어서일까, 너무 많은 부분 모서리 접기를 하며 읽었다.   

  

수짱은 말한다. ‘먹는다는 건 곧 믿는다는 것이다. 가족이 만든 음식도, 이곳에서 만든 음식도, 레스토랑의 음식도, 편의점 주먹밥이나 배달 피자도 믿지 않으면 먹을 수 없으니까. 아무도 믿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아.. 그런거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의미에서 먹는 다는 것은 믿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84세 우리 할머니께서 몇 개월 전에 사흘 동안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 혼자 나이 들어가며 몸도 아프고, 외로울 수도 있겠고,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서 할머니는 식사를 일부러 안 하셨다. 따로 살고 있는 나도, 아버지도, 할머니께서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사흘을 굶으셨다는 걸 몰랐다. 매일 통화하면서 목소리가 좋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식사를 안 하셨을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할머니께서 할머니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더 살아보겠다고, 주어진 삶을 또 용기내어 살아가시겠다는 믿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먹는다는 건 곧 할머니를 믿는다는 것이다.   

  

계속 책을 보다가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인생을 반영한 내용을 찾았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 <영원한 외출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곧바로 달려갈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나. 왜 이런 곳에 있는거야. 이 작은 집에서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게 내 인생?’ 정말로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우선순위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열심히 살아가는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장면이다. 당장 내 가족이 편찮은데도 달려갈 수 없고 난 이 좁은 방구석에서 무얼하고 있는걸까. 생각하며 감정이입 확실히 되어 코 찡긋. 눈이 시큰거렸다. 내 입장에 마음에 걸렸다. 나는 고모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어도 코로나 19로 인해 집단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면회도, 외출도, 외박도 안 되고 3개월째 얼굴을 못 보고 있다. 할머니는 편찮으셔도 내게 있는 공황장애로 인해 대중교통을 타고 고향 충주로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 혼자 이야기에만 아버지라고 부를 뿐. 다른 곳에서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다. 아버지가 계신 곳에 내가 찾아갈 수 없다. 혹시라도 무슨 상황이 생겨서 장례식장을 가게 되더라도. 나는 남이다. 이런 것들이... 내 마음을 두드린거지.     


수짱의 나이는 마흔살이 되었다. 수짱이 35살이 되었을때부터의 인생을 읽다보니 나도 자연스레 나이가 들어버렸다. 같이 나이 들어가며 그래도 외롭지 않다고, 아니 외로운 사람은 나만이 아니라고. 우리는 또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라고.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마스디 미리의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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