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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r 27. 2020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간소한 일상 에세이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미니멀라이프. 적게 가지고 적게 쓰며 소박한 일상을 꾸려 나가는 모습으로 보인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반대되는 상황은 아니였다. 작가는 소박하게 살고자 노력했고, 그 안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단순한 선택들을 했다. 기존에 쓰여진 미니멀라이프 책들 보다 더 담백한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 이끌려 책을 잡게 되었다.     


주변 환경이나, 자신의 짐에서 미니멀함을 추구하고, 그에 더하여 일상과 행복과 지구와 우주를 향해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무척 느리게 스스로를 다듬었다고 한다. 그 후 사람은 어떤 방향을 갖느냐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음을 몸소 알게 되었다. 달라지고 싶다면 살아가는 과정에서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그것을 중심으로 균형 잡힌 일상을 살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의 목차,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 1. 최소 생활주의자. 사소한 일상과 관련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2. 하나 뿐인 스타일에서 간결하지만 취향이 확실히 살아 넘실대는 것을 볼 수 있다. 3. 앞으로의 몸과 마음을 통해 외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4. 조금은 가볍게 일하기에서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직장을 다니며 온 열정을 쏟고 자취방에서 와서 아무것도 할 기력이 없어져 널브러져 있는 내 모습 속에서 조금은 가볍게 일하고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용기를 던져준다. 5. 짧은 지적 유희, 끝없는 지적 갈망에서는 끊임없이 자신 스스로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노력이 저 멀리 미래에 있는 게 아니라 현재, 이 곳에서 충실하라고 말한다. 6.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어울리기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만의 소소한 취향을 보여준다. 가령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이 차에 대해 생각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술을 안 마시는, 안 마시는 건지, 못 마시는 건지 하여튼 내 입장에서는 공감가는 사람의 모습에 한줄기 응원의 빛을 보내주고 싶었다. 나도 잘 살고, 있으니 그대도 잘 살라고 말이다. 에필로그에서 책의 전반적인 내용, 최소 취향을 만든 10가지 생각의 토대를 말해준다. 책을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총정리 하는 식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내가 뜨끔했던 부분은 나의 통장 잔고와 현 상황에 맞춰 정의하기 이다. 물질적인 상품들에 이끌리고, 그것을 내 것으로 소유해야만 내가 행복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유해서 갖는 것은 껍데기일 뿐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전제는 내가 되었을 때 말이다. 사람은 언제든 죽을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나를 존중하는 방법은 건강한 몸과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나는 오늘 내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았다. 아니면 시간이 이끄는대로, 욕구에만 이끌려 삶을 가치 저하 시키며 살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보는 개개인에 따라서는 이 책이 다른 미니멀 라이프를 정의하는 책들과 비슷해서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 또한 개인의 취향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내일을 살려고 하는 내 모습에 약간의 흔들림이 왔다면, 건강한 흔들림이 왔다면 이해가 되려나. 난 그런 걸 느꼈다. 아무쪼록 한 분야의 책만 좋아하는 내게 여러 가지 두루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계기가 되어주는 책이다. 



찌질한 백수가 마음에 담은 문장


6p.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고 무척 느리게 나를 다듬었다. 그 후 사람은 어떤 방향을 갖느냐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음을 몸소 알게 되었다. 달라지고 싶다면 과거와 다르게 살아야 한다. 나 역시 그저 살아가는 과정에 있다.


23p. 어두운 구석 아닌 볕으로 나가 식사를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건 행복하고 싶은 나의 선택이다.


184p. 스트레스를 감당하기에 내 정신력은 취약했다.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이나 사건이 생기면 전력을 다해 부딪히기보다 이해라는 이름의 회피와 받아들인다는 뜻에서의 정리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 레벨이었다. 나는 그렇게 나를 지키며 살았다.


188p. 내가 마주하고 인식하기로 한 모든 것은 내가 해석한 상황이다. 살면서 흔적도 남지 않을 일인데 그때 실패한 나 자신이라는 서사에 빠져 한심한 상태로 있기로 결정한 건 나였다. 아는데, 아는데도 도무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는 삶이 가져올 소소한 영화 같은 우연을 기다려야 한다.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흔히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위로하지만, 긴 시간이 주어진다 해서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 하나를 발견할 때까지의 시간. 나는 그때까지 소소하게 나를 괴롭히는 감정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217p. 현재란 늘 불만스러운 거고 다른 시대를 동경하게 된다고 말했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주인공처럼.


251p.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고독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 자꾸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며 절망 비슷한 감정에 빠져 있기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의 오늘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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