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일-나로 살기 92일째
자취생활을 시작한 지, 16년 정도 된다. 매번 식료품을 살 때 망설이는 게 있다. 그건 바로 과일과 쌈채소이다. 그냥 안 먹어도 그만인 것 같은데, 먹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고. 과일이나 채소에서 얻어지는 영양소가 있을텐데... 난 그게 결핍되는 게 아닐까 고민도 되고.
직장에서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항상 반찬 그릇의 한 칸 정도는 과일을 담아줬다. 그래서 먹게 되는 과일의 양이 다였지, 직접 사서 먹어본 적이 없다. 쌈채소도 쌈밥이나 삽겹살을 먹으러 갈 때 나오는 양만 먹었지, 직접 내 돈 주고 사먹어 본 적이 없다. 자취하는 내 살림에, 게다가 식비도 어마어마하게 드는데 과일이나 쌈 채소를 꼭 먹어야 하는 건가 싶어서 망설여졌다. 그게 사치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과일과 쌈채소가 먹고 싶어졌다. 백수로 지내고 혼자 먹는 밥이 익숙해지다보니까 내 식생활에 무언가 많이 결핍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과일의 맛과 쌈채소의 식감이 그리워졌다.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진짜 구입할까, 또 냉장고에 넣어두고 썩히는 것 아닐까. 그러다가 온라인 결제를 했다. 결제를 해놓고도 한동안 주문취소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오늘 주문했던 과일과 쌈채소가 배송되어 왔다. 주문취소 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것보다 내 마음을 두드린 건 친환경 급식 피해 농가 살리기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로 급식을 지원하던 농가가 피해를 많이 입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그곳에서 자라난 채소와 과일을 조금이나마 내가 소비한다면 도움이 되려나... 싶었다.
내 나이 서른 여섯, 남은 내 삶들은 과일과 채소와 친해져서 영양이 조화로운 밥상이 되기를 바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