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내게 반했다고 한다. 면접은 불합격이라고 했다

by 양수리 감성돈

대학원을 졸업하고 구직 사이트를 한창 알아볼때였다. 그 당시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에서 친구와 함께 자취하고 있었다. 웬만하면 머무는 곳과 직장이 가까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성동구 인근 복지관에 채용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보냈다.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보러 오는 날 간단한 쪽지 시험과 영어 시험이 있을거라고 했다. 그리고 시험에 통과해야만 면접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모든 게 하루 안에 진행된다고 했다. 면접을 보러 갔고, 간단한 사례관리에 대한 과정과 관련하여 묻는 쪽지 시험에 아는 바를 적어 냈다. 그리고 영어 시험을 봤다. 대학원 다니면서 영어 원서를 많이 봤던지라 어렵지 않게 내용을 채울 수 있었다. 조금 후 최종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당연히 그러겠다고 하고, 미리 기관에서 준비한 다과와 봉지 커피를 타서 마시며 면접 볼때를 대비하여 준비한 자기소개서를 머릿속에서 달달 읊어보고 있었다.

최종면접은 면접관 3분 정도와 1:3으로 대면면접이 이루어졌다. 나와 함께 한 여자분이 최종면접에 올랐고, 대면 면접도 어렵지 않게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벌써 최종면접만 보고 온 게 10차례가 넘어서 기대가 되지 않았다. 늘 똑같은 질문들을 했다. “왜 대학원까지 나와서 복지시설, 복지관에 면접을 보러 왔느냐?” 하는 질문이였다. 그래서 나의 소신을 밝혔다.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뒤에 있는 청계천을 따라서 걸었다. 핸드폰을 손에 꽉 쥔 채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보통 지역번호 02로 시작하는 기관의 번호로 합격, 불합격 여부 연락이 오는데, 010 개인 번호로 연락이 왔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거니까 전화를 받았다.

기관에서 연락 온게 맞았다. 본인이 면접 담당자라고 밝혔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최종 불합격 할 경우 문자가 오거나 홈페이지에 게재하기 마련인데, 개인 번호로 연락이 왔다면... 나 이거 좋은 징조 아닌가? 청계천을 따라 걷다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전화를 받았다. 그 분의 전화 내용은 이랬다.

최종 면접은 떨어졌다. 그런데 면접 본 인상과 자기소개서에 쓴 성장 과정에 관심이 간다. 그 마음가짐에 반했다고 한다. 사는 곳도 비슷하고, 지역도 가까우니 차 한 잔 하거나, 밥 한 번 먹자고 한다. 연락하고 지내고 싶다고 한다. 나 무슨 연애구함 사이트에 내 자기소개서를 낸 것도 아닌데... 이게 뭔 말이여. 합격도 아니고, 불합격 시켜놓고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하라는건가. 난 충격을 받아서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네’ ‘네’ 만 몇 번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날 청계천을 따라 걷다가 늘 다시 걸어 돌아가는 지점을 지나쳐서 더 오래 걸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수치스럽기도 했고, 어이없기도 하고, 이번엔 느낌이 좋았는데 또 떨어졌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그 후에 면접 담당자라는 분께 몇 번 연락이 왔지만 받지 않았다. 내가 굉장히 불쾌했다. 그날 같이 자취하는 친구에게 이 소식을 알렸고, 친구는 퇴근 후 떡볶이를 사왔다. 우리는 떡볶이를 포장해와서 소주를 걸치며 잠들었다. 별 일이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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