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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Apr 28. 2020

괴롭지 않은 사람, 다만 외로운 사람

어떤 분의 글을 이메일링 서비스로 받고 있다. 특정한 기간, 정해진 분량의 글을 써서 작가가 돈을 지불한 예비 독자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이번에 도착한 글을 보다가 감명깊은? 뼈때리는 문장을 만났다.    

 

“나는 내가 남들처럼 괴롭지 않은 이유가 어쩌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     


지금 내 마음은 36년 살아오면서 가장 평온한 상태이다. 괴로운 마음이 없다. 아무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다. 남자를 만나서 무언가 책임지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힘들어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물론 이때쯤 등장하는 공황장애!로 인해 많은 것에 제약이 따르게 되었기 때문에 놓아버린 것들도 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혼한 부모, 좋지 않은 가정생활들을 보며 남자는 내 인생의 잠정적 가해자. 나를 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결혼을 생각한 적이 없다.     


오늘은 자다가 일어나서 눈을 크게 뜨고 난 혼잣말을 했다. “세상에나, 내가 36살이라니” 

36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지? 대단하고도 기가 막혔다. 나이 먹는 건 힘들지만 괴로움 없이 차라리 외로움을 느끼며 사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혼자 사는 삶이, 말만 웃기게 써서 그렇지, 얼마나 외롭겠는가, 그리고 앞으로도 외로울 것이다. 그리 살아가고 있는데 위에 쓴 저 문장을 만났다.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괴롭지 않은 거구나. 물질적 풍요도, 배부름도, 주식의 폭등도 아무것도 날 채워주지 못함을 느꼈다. 다른 건 없어도 되는데 사람의 온기만은 갖고 싶다.     


조금 덜 외롭고, 덜 괴로워하길 바란다면 욕심이겠지. 

현재 괴롭지 않은 사람, 다만 외로운 사람은 지금도 무엇이 낫겠느냐는 주제에 선다. 

확실한 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것들은 소소하고, 소박하고, 느리게 소란스러웠으면 좋겠다. 

아... 오늘은 여러모로 솔직한 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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