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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y 02. 2020

매우 초록한 하루.

어제 더위 먹고, 오늘은 하루 종일 누워서 방바닥에 붙어 있었다. 왠지 방바닥이 제일 시원한 것 같다. 오후 4시 30분에 네일 케어 예약을 해두었다. 원래 젤네일 했던 색상을 바꾸기로 예약한 시간이라 선선할 때 바깥으로 나갔다. 어제 잠을 제대로 이상한 형태로 몸을 구기고 잤는지 왼쪽 어깨가 뻐근하다. 동네 약국에 파스를 사러 갔다. 약사님이 내게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시고 어디 창고로 들어가셨다.   

  

무슨 일이지? 그리고 종이가방 한 가득 무언가를 가지고 오신다. 어머, 이게 뭐예요?

“아내가 팬시 디자이너인데, 정리하는 김에 작가님 드리려고 챙겨놨어요, 아는 학생들도 많으니까 나눠서 가지시라구요”

세상에나, 마상에나 내가 문구 덕후. 문구류 엄청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지? 그 자리에서 난 내 덩치를 생각 못하고 점프를 뛰며 박수를 쳤다. 작가님 약국에 오기를 기다렸다가 언젠가 오면 주려고 챙겨놨다고 한다. 너무 감사했다. 난 약국에 간 분명한 이유를 까먹고 파스를 구입하지 못한 채 종이가방만 한아름 안고 나왔다. 그리고 네일 케어를 받으러 갔다. 

이번엔 어떤 색상으로 바꿀까. 그라데이션을 넣까. 고민하다가 눈에 찐 초록색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다른 색상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 이번엔 저 색상이야”

5월은 푸르니까. 내 마음도 리프레쉬 할 겸 초록 색상을 택했다. 네일아트가 완성되고  

가지런히 손을 모아 사진을 찍었다. 음... 흡족해.     

집으로 돌아와서 약국에서 받은 문구류를 꺼내보며 싱글벙글 기분 좋아졌다. 한참을 즐거워하다가 네일아트 색을 보고 책장으로 간다. 그리고 초록색 책들을 꺼내어 본다. 어? 의도하지 않았는데 집에 있는 양말인형도 초록색, 에프스페소 잔도 초록색, 그리고 초록색 책 4권을 찾았다. 기분이 좋아졌다.     

페이스북에 3년 전 오늘 날짜에 업데이트 한 내용이 떴다. 아버지께서 3년 전 오늘. 딸래미에게 꽃을 선물한 날이다.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오늘 내 기분을 하나로 통틀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매우 초록한 날이다. 그렇게 초록초록. 싱싱하고 생그럽게 쌩쌩하게 5월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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