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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un 13. 2020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미니멀을 추구하는 일상에 대한 책을 많이 접해왔지만,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는 동기가 재미있었다. 나 또한 살림에는 재주가 없다. 매일 설거지는 밥 먹기 직전에 그릇이 없을 때 설거지를 시작한다. 빨래도 더 이상 갈아입을 속옷이나 옷이 없을 때 시작한다. 아주 게으르고 쌓이는 짐은 최대치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접하기에 동기는 확실했다.     


이 책의 저자는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다. 책에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유튜브에서 직접 본인의 집을 정리한 모습을 공개한다. 한번 책을 읽고 나서 유튜브를 본다면 도움이 많이 될 듯하다. 그리고 부부가 쓰는 옷장을 보며, 냉장고 사이즈와 수납된 냉장고 사이즈를 보며, 이토록 미니멀한 집은 처음 접했다. 사람이 최소한의 물품으로 정말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접해보면 좋다.  

   

정리를 통해 나 스스로를 좋아하게 된다. 저자는 나 자신을 좋아하긴 했지만 예쁘장하지 못한 외모나 모난 성격, 기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능력이 불만족스러운 때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불만만 내뱉을 뿐 스스로를 압박하고 괴롭혔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가치관과 삶의 기준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로 돌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라도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온전히 나를 위해서 살기로 한다.   

  

물건을 산다고 해도 값을 지불한 만큼의 만족도 얻지 못할 때가 많다.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사진과 실물이 다른 옷,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의 가구 같은 것이 그랬다. 귀찮다는 이유로 교환이나 환불 보증 기간을 놓친 뒤에는 후회와 함께 그냥 어딘가에 방치됐다. 입어보지 않고, 먹어보지 않고 구입한 온라인 쇼핑은 내게 물건의 가짓수만 많아지게 했지, 어떠한 만족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또한 어디에 돈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카드값은 ‘헉’소리 날 정도로 많이 나와서 놀라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만족도 하지 못할 것에 내 마음과 돈을 쓰는 것에 조금씩 염증이 났다. 그럴 때 이 책이 내게 그것을 탈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저자는 물건을 대하는 본인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한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절대 나를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것. 물건이 아닌 나 자신을 스스로 기억하고, 추억해야 한다. 그러니까 물건에 너무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내어주지 않아도 된다. 공감되는 말이나 그 생각은 자주 옅어지고 무뎌진다. 요즘엔 SNS도 소비를 부추기는 것 같다. 책이나 옷, 새로운 아이템들을 구입한 후 내 계정 SNS에 올리는 것 까지 괜찮았으나, 그 후에 물건을 아무렇게나 둔다. 그렇게 시간과 함께 쌓여간다. 소비를 부추기는 행위에 감정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정작 구입해둔 물건에 대한 나의 애정은 금방 식는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졌다. 그 시간과 감정, 돈을 나를 위해 쓰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졌다.    

 

살림에는 재주가 없고, 물건 관리를 잘 못하기에 그것에 스트레스 받으며 소비하는 삶을 살기 보다는 온전한 내가 되고 싶어졌다. 그 마음을 먹고 내가 한 첫 번째 행동은 핸드폰 어플 중 생각없이 눌러 보게 되는 쇼핑 어플을 지운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건 아니지만, 나도 나만의 인생을 정리하고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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