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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un 13. 2020

지름신 길들이기; 무에 무관심! 노관심!

30년 넘는 세월동안 지름신에게 내가 길들여져서 살아왔다. 최근까지 크나큰 지출을 해왔고,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백수로 지내는 지금, 더 많은 지출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일 같다. 백수가 된 시간만큼 핸드폰을 들여다 볼 시간은 많아졌고, 나는 많은 물욕에 시간을 뺏기고, 마음도 뺏겼다. 이제 내 안의 지름신을 길들이고, 충동적인 구매가 아니라 합리적인 구매를, 돈 쓸 궁리보다 돈 아낄 궁리를 해보고자 한다.     


앞으로의 글은 지름신이 올때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여러 가지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지름신에게 홀려 지갑을 열어버린 일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나와 같이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기를.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 지름신을 길들이기 위한 노력들로 인사드리고자 한다. 


그 첫번째는 무에 무관심! 노관심!

가정간편식 관련 책을 보다가 무전이라는 것을 보았다. 예전에 여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중국에 갔던 분들이 무튀김을 먹고 감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후 그맛이 궁금했다. 그렇게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책에서 보게 된 무전. 무를 모양대로 썰어서 찜통에 넣고 찐 후 부침옷을 입힌 후 식용유에 노릇노릇하게 지지면 끝. 너무나도 간단하지 않은가. 이 맛이 그리워서 무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무 1통이 필요한 건 아닌데, 1, 2조각만 살 수는 없을까? 우리 동네는 시골이라서 1인용으로 판매되는 게 없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쇼핑을 시작했다. 무농약 무 1조각의 가격이 1,900원이였다. 그런데 바로 옆에 무 1통이 1,580원이였다. 무농약 1조각 사는 것보다 일반 무 1통 가격이 더 저렴하지 않은가. 그래서 무 1통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무를 한 통 사는 김에 무생채를 해서 먹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생채에 쪽파나 부추를 넣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해서 장바구니에 부추를 넣었다. 부추도 양이 많으니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삼겹살을 같이 먹을까? 삼겹살 500g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삼겹살 먹으려면 쌈이 필요하지. 쌈채소를 주문하고, 또 쌈채소가 남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싶다가 우렁강된장까지 장바구니에 넣기 시작했다.   

  

어라? 가만있어보자. 내가 정작 사려고 했던 건 무 1조각인데... 일이 이렇게 커져버렸네. 무는 무 하나만의 일이 아니다. 무에 무관심하고 싶다. 지름신이 오면 신기하게도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생각이 확장되어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 필요한 게 생각난다. 이런 부분도 컷!!하며 내 마음속 외침이 필요한 것 같다. 무 1조각이 필요했다면, 1조각만. 아니면 1통만. 근데 무를 사면 정말로 무로 요리를 하긴 할거니? 글쎄... 약간 귀찮음...     

머릿 속을 어지럽히던 무에 대한 생각이 다시 단순해지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이너피스! 

무에 대한 관심이 확고해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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