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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un 22. 2020

엘리베이터에 갇힌 공황장애 7년차 감성돈

지난주 목요일 밤 12시 22분 있었던 일이다.

대학생 동네 주민은 우리 집에서 시험 공부를 했고, 나도 나만의 작업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대학생을 집 근처까지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에 집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리집은 5층에 위치해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엘리베이터는 1층에 멈춰섰고, ‘쿵! 쿵!’ 열릴 듯 말 듯 열리지 않았다. 이런 적이 없는데... 대학생 동네 주민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 행동을 관찰했고, 나도 겁먹었지만 이 친구가 겁 먹을까봐 이내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비상벨 버튼을 눌렀다. ‘삐익 삐익’ 소리는 들렸으나,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고 소리만 커져갔고, 엘리베이터는 계속 ‘쿵! 쿵’ 소리를 냈다. 어질어질-

   

와... 나 공황장애 담력훈련 하는 건가. 

그러다가 엘리베이터는 갑자기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문이 열렸다. 우리는 곧장 내려서 지상 1층을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는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고 지상 1층에서 열리지 않는 걸 확인했다. 그 후 건물주 이모님께 연락해서 엘리베이터가 고장났음을 알렸다. 대학생 친구를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식은땀이 나고, 두통이 찾아왔다. 1층부터 5층까지는 계단을 이용해서 집으로 들어갔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철푸덕 내려 앉았다. 예기불안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 공황발작이 올 차례. 숨이 거칠어지고, 소리 지르고, 구역질하고, 머리를 때리고, 입꼬리가 한 쪽이 올라가며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비상약을 먹었다. 119가 집앞이다. 연락하면 바로 오지만, 부르고 싶지 않았다. 나 혼자 해내고 싶었다. 20~30분 정도 충분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울고불고 지쳐서 탈진한 사람처럼 발작은 줄어들고 호흡은 다시 돌아왔다.     


나 지금 내 힘으로 공황발작을 이긴건가? 나 스스로가 너무 대단했다. 평상시 여러 가지 직면훈련을 하면서 공황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는데, 갑자기 내가 탄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뭔지 모를 한기가 찾아왔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괜찮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건물주 이모님께 엘리베이터 고쳤다고 연락이 왔고, 괜찮냐며 걱정을 많이했다고 한다. 괜찮아지고 있다고 말했고. 공황 후유증으로 몸이 떨리고 기운이 없었지만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서둘러 직면하지 않으면 혼자 공포심이 생겨서 다시는 엘리베이터 타기 힘든 상황이 올 것 같아서 빨리 직면해보려고 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갔다가 내리고, 다시 5층으로 올라왔다. 그렇게 엘리베이터 직면하기를 끝냈다.     

지금은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소동이 일어난지 3일 정도 시간이 흘렀고, 몸은 많이 회복되었다. 놓치지 않은 호흡, 스스로에 대한 다독임, 비상약이 삼박자를 이루어 공황발작 상황에서 스스로 회복할 수 있었다. 또다시 일상이 소중해지는 순간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는 정말 쉽지 않게 다가온 선물 같은 하루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또다시 감사함을 느꼈다. 장~하다. 감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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