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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ul 13. 2020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가 어디세요?

누군가 내게 지금 당장 가고 싶은 여행지를 물어본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수도권에 있는 호텔이다.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사는 곳. 양수리도 서울이랑 그리 먼 곳이 아니니까 수도권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냐고. 하지만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수도권이란? 배달음식이 가능한 곳. 여러 가지 다양한 메뉴들 중에서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이 동네는 짜장면과 치킨 이외에 배달 되는 음식이 없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를 좋아하고, 요리하기를 상당히 귀찮아하는 나로써는 서울에서 직장 다닐 때 가장 즐거웠던 것이 배달음식 주문해서 먹는 것이였다. 그러나 이 동네로 이사오면서 냉동식품으로 인터넷 주문 온 것을 해동해서 먹는 것 밖에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메뉴도 냉동으로 된 것이 다양하게 있다고는 하지만 배달앱을 켜고 골라먹는 그 재미만 하겠는가.     


그리고 수도권으로 떠나고 싶은 이유 두 번째는 동네 책방이 가깝다는 것이다. 느긋하게 자고 일어나서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고 배부르면 동네 책방 여기저기를 둘러 보고 싶다. 그리고 책도 읽고, 나 혼자 사색에 빠지고, 책방지기님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해가 지고 어두운 저녁, 책방에서 나와 호텔로 들어가서 또다시 배달앱을 켜고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 먹는 것이다. 배불리 먹고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고, 원하는 만큼 에어컨을 켜두고 시원하게 내 몸을 침대에 맡기는 것. 그게 제일 해 보고 싶다.    


지금 사는 곳이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라 사람들이 이 곳 관광지를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그런 곳에 살다보니, 바다를 보러 가도 감흥이 없고, 산에 가도 집과 별다름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북한강과 남한강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정말로 아름답다. 이 동네는 그 흔한 햄버거 가게도 없다. 아! 롯OOO가 오픈했었는데 1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은 곳이다. 그러니 맛있는 거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얼마나 가혹한 곳이란 말인가.   

  

백수가 뭐 그리 많은 것을 누리고 살겠느냐마는 백수도 꿈을 꿀 수 있으니까. 수도권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돈을 모아 보고, 시간을 만들어 보자. 조금씩.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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