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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Aug 06. 2020

우주선에서 탈출한 옥수수

며칠전부터 옥수수가 엄청 먹고 싶다. 노란거 말고, 흑찰옥수수가 먹고 싶다. 인터넷 쇼핑 창을 열어 5개 묶음으로 파는 것을 구입했다. 그리고 어제 배송이 왔다. 배송된 옥수수를 노려보면서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하는 것인가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할머니 댁 가면 매번 먹던 옥수수, 도로를 주행하는 길에 옆에 보이던 옥수수집에서 늘 쉽게 구했기에 직접 해서 먹는 건 처음있는 일이다. 36살인데도, 뭔가 처음인 것이 많다.   

  

인터넷에서는 소금과 설탕을 조금 넣어서 옥수수를 삶으라고 했다. 몇 분은 센불에 두었다가, 몇 분은 불을 줄이고 졸이라고 했다. 큰일이다. 집에 소금도 없고, 설탕도 없다. 설탕 대신에 꿀은 있는데... 아 맞다! 구중구포한 죽염도 있는데...이걸 소금 대신 넣으면 되는 건가? 꿀이랑 죽염을 옥수수 위에 뿌리는 건가? 아님 물에 타는 건가? 종일 고민했다. 아는 분께 조언도 구했다. 내 결론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아무 간도 하지 않고 일단 삶아보기!!!!    

혼자 사는 집이라 냄비 큰 게 없어서 옥수수 2개만 간신히 들어갔다. 우주선 같이 생긴 이 것에 태우고 옥수수 2개를 올려두었다. 그리고 물을 많이 부었다. 옥수수가 잠길 정도로 부어야 하는 거 아닌가? 냄비가 작아서 그럼 끓어 올라서 물이 넘칠텐데? 결국 난 물을 냄비 중간 정도 놓고 끓이다가 30분 정도 지나고 또다시 물을 넣었다. 그럼... 물 양은 맞춘거 아닌가?허허-     

다른분들 인터넷 검색해보니까 옥수수 삶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는 분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게 익었는지, 잘 삶아졌는지 확인할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뜨거운 옥수수를 꺼내어 한 알을 손톱으로 꼬집어 내어 먹었다. 약간 딱딱한 듯? 결국 1시간 20분 만에 옥수수는 우주선을 탈출했다. 옥수수 알갱이들이 몇 개 터져서 까꿍~하고 있었다. 우주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마워!! 옥수수가 무사히 삶아졌다. 조금 식힌 후 한 입 먹었는데....    

맙소사... 너무 맛있어. 아무 간도 안 했는데, 진짜 너무 달짝지근한 게 맛있다. 내가 잘 삶은건가, 옥수수가 좋은 건가, 그건 좋으면 좋은데로 생각해보기로. 36살에 옥수수를 처음 삶았고, 잘 익었다. 성공!!!!!!!!!!!! 오늘 옥수수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서 기념으로 일기썼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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