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양수리 감성돈 Jan 12. 2020

월 급여 83만원이 우스워보여요?

충주에 있는 4박 5일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 호적 정리를 위해 큰아버지를 잠깐 만났다. 나의 안부를 묻길래 얼마전에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일을 정리했다고 했다. 공황장애가 있어서 주 8시간 근무는 못하고 하루 4시간씩 일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 주 4시간이면... 뭐... 한달에 60만원이나 버냐?”

“아니요, 83만원이요”

“쳇, 그거 갖고 생활비도 안되겠다.”    


큰아버지는 내게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10년 만에 만난 친척인데, 내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7년 동안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 준 적 없으면서. 공황장애 있으면서도 사회생활이 하고 싶어서 어렵게 들어갔던 직장. 그 직장에서 월 급여로 벌었던 83만원을 갖고. 비웃음거리가 될 소재가 어디에 있냐는 말이다.      


어느 누구의 인생도 아니고, 내 인생인데, 타인이 뭐라고 내 인생을 조롱해? 

일 다니면서 하루 주어진 4시간 근무도 공황이 오는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서 그것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었다. 직장 상사도 공황장애를 모르는 게 아니라서 날 이해하며 회복해서 출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었다. 직장을 다니는 10개월 동안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고, 그 안에서도 일하고 싶어서, 사회생활이 하고 싶어서, 사람이 그리워서 일을 했다. 돈 벌려고 했던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기 위한 나의 모든 것. 전부였다.     


10년 만에 호적 정리를 위해 필요한 친척 중 한 분 이였을뿐. 앞으로의 10년, 아니 더한 날들. 더 이상 만날 일도 없고, 만나고 싶지도 않다. 한 달 83만원을 벌기 위해 내가 흘린 눈물과 피와 땀을. 단 한순간에 무시해버린 친척. 내가 대학생 때 알바하며 돈 벌 때 3만원만 빌려달라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사고 칠 때마다 우리 아버지께 전화해서 돈 좀 달라고. 지금도 할머니 차 태워줄 일 생기면 기름값이라도 받아내는 사람이 누구더라. 더 이상 가치 없음에 내 감정을 쏟지 말자. 난 나로 소중하고, 83만원은 내게 소중했다.     


내가 책을 2권 냈다고 하니, 본인 책 읽는 거 좋아한다고 책을 달라고 했다. 충주 올 때 책을 안 가져왔다고 말했지만, 책을 주고 싶지 않았다.  

“책은 돈 주고 사서 보세요” 끝!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으로의 초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