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3일 – 7일차 식물도 생명인데...ㅠ
대학생 때 자취를 시작하며 자취방 책상에 행운목을 가져온 게 나와 식물의 첫 만남이다. 행운목은 생각보다 내게 큰 기쁨, 자주 행복을 주지는 못했고, 그 후에 다육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너무 느리게 성장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 후로 꽃과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화분에 키웠다. 키웠다라기 보다는 잠시 머무르다가 떠났다. 나는 식물에 자주 관심을 깜빡했고, 식물은너무나도 솔직해서 내가 관심이 덜 하다는 것을 알고 빠르게 시들어갔다. 시들어가는 잎사귀들을 보며 어찌할바를 모르고 금새 이별하게 되었다. 몇 번을 반복했고, 식물과 나는 인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지나가는 길목에 핀 풀꽃들을 보며 만족해했다.
그러다가 몇 개월 전 지인의 권유로 식물 3가지를 심게 되었다. 이번엔 3~4개월 정도 오래 내 곁에 머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이고추, 파, 상추를 키우며 내 밥상에 오를때마다 기쁨을 느꼈다. 어느날 베란다가 없는 우리집에 안방이 창이 크고 넓어서 햇빛이 많이 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식물들의 위치를 옮겼다. 안방은 자주 들어가는 편이 아니라서 금방 소중한 무언가를 잊게 만들었고, 식물들은 기운을 잃게 되었다. 상추, 파가 먼저 시들기 시작했고, 오이고추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줬다. 그리고 며칠전, 다른 일에 집중하다보니 완전히 식물의 존재를 잊게 되었고, 며칠만에 생각난 오이고추를 보러 갔더니 이 모습이 되어 있었다. ’아...미안해라.‘
혼자 사니까 외로울 수 있으니 반려견을 키워보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잠깐의 관심과 호기심일뿐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강아지는 좋아하지만, 직접 키우지는 않는다. 식물도 이렇게 못 키우는데... 다른 건 오죽하겠느냐.b. 이 흙들은 어떻게 정리를 하지. 지지대는 어떻게 분리수거를 하지? 이제 정리를 잘 해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하나의 식물, 하나의 생명을 책임져서 키운다는 것. 관심을 쏟는다는 것. 나에겐 아직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