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수리 감성돈 Sep 20. 2020

세상 까칠한 바람을 맞는다.

’와, 오늘 바람 왜 이래?‘

머리를 안 감아서 모자 쓰고 산책길에 나섰는데, 모자 벗겨질까봐 한 손으로 꼭 쥐고 걸었다. 오늘 풍경은 몽환적인 그림 같았다. 사람이 풍경인 것처럼, 그 그림을 걷고, 걸었다. 나도 그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학원 다닐 때 들었던 재미난 얘기가 생각난다. 머리가 많이 벗겨진 교수님이 가발을 쓰고 다니시는데, 어느날 체육대회 할 때 비바람이 불었고, 그 교수님은 가발을 붙잡고 뛰어서 실내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 뒷모습으로 머리가 벌렁벌렁 대는 것을 사람들이 봤다고 한다. 오늘 같은 바람이라면 가능할수도 있겠어!!    


요즘 자꾸 예민해진다. 나는 아니라고 세상 편한 듯 지내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짜증스러운 소리를 낼 때면 그야말로 마음의 뚜껑이 열린다. 한가지 예를들면, 집에서 쓰던 에어컨이 잘 돌아가다가 실외기에서 쾅쾅 소리를 내고. 지 혼자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탄내가 진동했다. 깜짝 놀란 나는 콘센트부터 껐고, 집에 있는 에어컨이 집 계약할 때 옵션이였던지라, 건물주에게 연락했다. 그 다음날 와서 나보고 코드를 꽂아 보라고 한다.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지 고치지 않냐고. 탄 내가 나서 코드를 뽑은 사람이 어떻게 코드를 다시 꼽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공황장애도 있어서 어제 에어컨에서 나는 쿵소리와 탄내로 인해 예기불안이 와서 비상약을 삼켰던 나인데... 그리고 에어컨 수리하는 사람을 같이 동원하지 않고, 앞으로 며칠, 몇 주 후에 수리하러 올지 모르니 에어컨 켜지 말고 살으라고 한다.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인데, 늘 친근하게 해주던 분이 너무 쌀쌀맞게 말해서 신경질이 났다. 그리고 책 관련 누구한테 연락했다가 며칠전에는 ㅋㅋㅋ 보내면서 장난치던 분이 세상 쌀쌀 맞게 카톡을 해서 엄청 빈정 상했다. 다시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이틀 전, 이 연타를 맞고, 예민함에 뚜껑이 열리다가, 어제 나보다 더 세상 까칠한 바람을 맞고 정신이 돌아온다. 그러는 너는 누군가에게 친절했던가? 스스로 나는 괜찮다고 하지만, 나 또한 그 사람들과 똑같이 누군가에게 굴고 있지는 않은가? 그네들이 신경질 난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건 아닌가? 정신차리라고 따귀를 맞은 것처럼, 바람이 날 치고 간다.     


그래, 그만 예민해지자. 산책하며 다시 마음이 안정된다. 앞으로 자주 걸으며 내 마음을 돌아봐야겠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먹을 것에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말고, 나부터 잘 살자! 세상 욕 실컷 하다가 세상 거칠어진 바람 맞고, 다시 내면의 평화를!! 돌아왔다. (감성돈, 종교없음)       


매거진의 이전글 돈 안 되는 일은 잘하는 백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