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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Oct 01. 2020

소개팅 할래? 살 좀 빼고.

20대 중반, 흔히 하던 말

주변 분: 소개팅 할래?

감성돈: 살 좀 빼고.

주변 분: 얼마나 빼야하는데?

감성돈: 5kg만.


그렇게 성사되지 않은 소개팅이 너무 많다. 20대 때 나는 왜 살을 빼야만 매력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생각했을까? 나에 대한 자신이 그리도 없었을까? 정작 연애했을 때 소개팅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을때는 살집 있었을 때이다.     


30대 중반, 흔히 하고 있는 말

주변 분: 소개팅 해줄까?

감성돈: 나, 공황장애 좀 낫고.

주변 분: 언제 낫는대?

감성돈: 지금 소개팅 나가면 내가 미안하지, 나 아픈 사람이잖아. 지금 내 우선순위는 연애가 아니라 건강한 것. 내 스스로 안정을 찾는거야.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난 지금 좋은 기회들을 놓치는 걸까. 내 건강부터 찾는 게 중요한 게 맞는 것일까. 그래서 내 건강은 언제 좋아질 것인가.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작 소개팅을 시켜주겠다는 사람한테 의아함이 든다. 살도 많이 쪘고, 공황장애도 있고, 변변찮은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소개팅 얘기를 꺼내는거지? 나중에 욕 먹으면 어쩌려구.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생각들을 후회할까. 20대 때 흔히 하던 살 빼면 소개팅 하겠다는 말처럼. 예전보다 나는 까칠하고, 까다롭고, 까탈스러운 부분이 많아졌다. 내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렇게 울타리를 벗어나서 내가 찾고 싶은 것이 사람인지, 사랑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또 귀찮다고 다 팽겨쳐 버릴 수도 있다. 나의 그런 루틴까지, 나의 팽개침까지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고 하던데... 그게 말이오? 당근이오?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말이 있다. 고슴도치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온기를 나누기 위해 모이지만, 서로의 가시에 찔려 아픔을 느낀다. 하지만 고통을 줄이기 위해 떨어지면 추위에 떨 도리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몸에 가시가 잔뜩 난 고슴도치에게는 동료와 가까워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딜레마가 생기게 된다고 한다. 지금의 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추위에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딜레마를 겪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게 인생이리라, 그렇다면 외로움으로 점철된 삶이 아니라, 즐겁게 나를 위해 살아가기를. 내 몫에 책임지기를. 오늘도 난 연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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