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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Oct 03. 2020

시작이 좋아~

21살 친구와 운동을 시작했다. 평일은 개인 트레이닝을 받고 주말은 함께 걷기로 했다. 체육공원에서 트랙을 돌았다. 날은 어두워지고 체육공원에 조명은 켜지지 않았다. 조명도 없이 걷고 있는 사람들 속에 나는 숨막힘을 느꼈다. 어둠과 익숙하지 않아서이리라. 걷기를 잠시 멈추고 벤치에 가서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플레이 리스트 음악을 들었다. 내가 쉬고 있는 곳으로 21살 친구가 지나간다. 조명이 왜 켜지지 않냐며. 난 걱정스레 말했지만, 이 곳에서 나고 자란 친구는 잠시 후면 조명이 들어올거라고 말하며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음악을 2, 3곡 듣다보니 조명이 켜졌다. 난 긴장했던 마음을 감추고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나는 느린 걸음, 친구는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한바퀴 돌고 나를 따라맞출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때마다 친구는 “화이팅”을 외쳤다. 어느 정도 걷고 제자리에서 팔벌려 뛰기를 했다. 나는 숫자를 세어줬다. 3세트. 20회, 25회 25회를 뛰었다. 그리고 친구는 내게 본인의 심장에 손을 닿아보도록 했다. 심장이 건강하게 쿵쾅거리고 있었다. 너무 세찬 심장박동에 내가 놀라서 손을 떼었다. 이 친구는 지금 순간 누구보다 진심으로 스스로를 위해 운동하고 있구나. 이런 감정이 오랜만이였다.     


운동을 마치고 친구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매번 운동을 마칠때마다 전신샷을 한 컷씩 찍자고 말이다. 흔쾌이 오케이를 했다. 조금씩 달라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좋은 동기부여가 될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흐르는 땀을 쓸어 내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의 모습. 21살 그 친구는 빛나고 있다. 그리고 난 그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 빛나는 순간 함께해주어서 고마워. 내 심장도 조금은 나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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