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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Dec 05. 2020

독립출판 <긴장풀어요, 지혜씨>

긴장풀어요, 지혜씨    


용기내어 꺼내본 지혜씨의 일기장을 잠들기 전 작은 조명 아래 비밀스럽게 들고 있는 내가 보인다.  다섯지혜님의 세 번째 에세이. 기존 두권과는 또다른 비밀스러움을 선사한다.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벽면은 단정하게 칠했지만, 뒷면은 거칠고, 엉성한 부분이 있다. 우리도 보여지는 겉모습만 신경 쓴 채, 속 안은 불안하고, 힘겨워서 숨차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이 진짜 내 모습일까? 양면이 다 내 모습은 아닐까? 동전의 앞과 뒤가 있듯, 양쪽의 모습은 언제든 존재한다.     


다섯지혜님의 첫 번째, 두 번째 책은 보여지는 밝은 지혜씨의 모습이였다면, 이번엔 잘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이 앞, 뒤라고 할 것 없이 모두 그 사람 그대로다. 책의 구성이 재미있었다. 스스로를 질문하고 답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질문하는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대화하기 쉽도록 문체가 다정하다. 1부가 일기장이라면 2부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동화를 쓰고, 그린다는 것.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화법을 항상 대단하게 생각한다. 이번에 어른동화를 생각하고, 직접 완성지어 본 다람쥐와의 이야기도 주인공에 나를 대입시켜서 어른이의 모습으로 읽고 보았다.     


오? 이거 나도 그런데? 하면서 봤던 부분

”기분이 처지고 마음이 가라앉으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 눈치를 많이 봤어요. 그걸 알면서도 내 마음이 먼저라서 눈치를 줬거든요“ 상대방에게 미안하기는 한데, 그 순간 내 마음이 더 진심일 때 나도 그렇다.     


어떤 학자, 어떤 접근법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을 다르게 정의내릴 수 있다. 프로이트에 강하게 매료되었을때는 어린 시절의 결핍으로 인해 내가 이렇게 부족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처 없는, 완전한 사람은 없으며,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에 공감을 느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다 똑같은 형태의 상품이 아니라, 모두 다른 인간, 인생이기에 우리는 할 말도 많고, 그 얘기를 풀어가며 치유도 되고, 그 다음 과정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든 우리는 지금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자율성과 마땅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쓰고 나아가는 지혜씨의 모습이 좋다.     


서투른 거지, 못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조금 더 섬세할 뿐 예민하고 까칠하다고 불리는 것은 오류임을, 긴장도 풀고, 걱정도 풀고, 지혜씨도, 은주씨도 살아가기를. 또한 파이팅입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나는 음악: 펭수가 부른 <나는 나는 음악>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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