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수리 감성돈 Dec 11. 2020

딸기가 잘못했네~~

지난 화요일, 현관문 도어락에서 소리가 났다. 건전지가 다 되었다는 신호라서 동네 마트에 건전지를 구입하러 갔다. AA인지, AAA인지 확인하고 있는데 시각적으로 바라보기 전에 후각으로 달콤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딸기!였다. 나도 모르게 향에 이끌려 딸기가 진열된 곳으로 갔다.

”헐... 한 팩에 9,800원? 너무 비싸다.“

예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혼자 과일을 사먹는다는 것. 어쩌면 사치 아닐까.

과일값 생각 안 하고 먹고 싶은대로 마음껏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주식도 올랐는데, 연말인데, 크리마스가 다가오는데, 백수라고 자존감 낮아지면 안되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여 딸기를 한 팩 들었다가 놨다가 했다.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사는 게 맞다. 라는 생각에 결국 한 팩을 들었고 건전지와 딸기 한 팩을 사서 자취방으로 왔다.  

   

저녁때 할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다.

”할머니, 아까 마트 다녀왔는데, 딸기향이 너무 좋더라구요. 맛있을 것 같아서 한 팩 사왔어요“

할머니 말씀

”그래? 난 비싸서 딸기 못 사먹어. 딸기 사먹을 돈 없어“

”...“

갑자기 내 자신이 화가 났다. 그리고 할머니의 자산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제는 드시고 싶은 거 사먹어도 되는데 매일 돈 없다, 돈 없다 하시면서 저렴한 것만 사서 드시는 모습에 괜히 열이 올랐다. 백수인 감성돈은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생각에 딸기 한 팩을 사왔는데, 할머니는 돈 없어서 못 사드신다고 하니 왜 이렇게 화딱지가 나는지... 어떻게 통화가 마무리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잠시후 아버지께서 전화가 왔다. 나는 아버지께 조금 전에 얘기를 해드렸다. 나는 먹고 싶어서 딸기를 샀는데, 할머니는 돈 없어서 못 사드신다고 해서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아버지의 반응에 의아했다.

”그래? 딸기가 잘못했네~

내일 할머니댁 가는 길에 딸기 사서 가자! 드시고 싶다는 과일 다 사서 드리자!“

”응?“ 딸기가 잘못했으니, 잘못한 딸기를 혼쭐내자는 뜻으로 들렸다. 맞아!! 이게 다 딸기 때문이야!!    


다음날 아버지와 감성돈은 할머니께서 드시고 싶은 과일, 필요한 물건 없는지 전화로 물어봤다. 그리고 충주에 가기 전 우리 동네 마트에서 장을 봤다. 아버지는 지갑을 들고, 나는 빨간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 입장!! 어제 내가 샀던 9,800원짜리 딸기 옆에 한 팩에 15,000원 짜리도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과감하게 잘못한 딸기를 혼쭐내기 위하여 15,000원짜리 딸기 한 팩도 아닌 두 팩을 집었다. 귤도 한 박스, 포도를 사오라는 할머니 말씀에 샤인머스켓 두 송이를 골랐다. 계산하러 갔을 때 아버지는 계산하는 곳으로, 나는 물건을 받으러 아버지를 지나쳐 바깥쪽으로 나갔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빨간 장바구니 한가득 과일을 싣고, 차를 타고 할머니가 계신 충주로 갔다.     


충주 도착해서 할머니 댁에 과일이 든 장바구니를 내려 놓았다. 할머니께서는 딸기를 보시고, 씻지도 않고 팩을 열어 딸기를 드신다. 뭐지? 갑자기 왜 눈물이 왈칵. 쏟을 것 같지? 분명 어제까지는 할머니에게 화가 났었는데... 딸기를 드시는 할머니 옆에 아버지도 자리잡고 앉아서 딸기를 한 입 드신다. 그리고 나도 한 입 먹어본다. 어제 혼자 딸기를 사서 먹을때는 약간의 체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잘도 넘어간다.


”할머니,,, ,,, 맛있게 드세요.“

뭔가 하고 싶은 많았지만, 우리 가족 그냥 달달한 딸기를 함께 먹으며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이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모든 건 딸기 잘못이니까. 나도 딸기를 혼쭐내줘야지. 그렇게 또 한 알을 야무지게 먹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인생곡 3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