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수리 감성돈 Dec 13. 2020

산타가 자가격리 대상이라면, 백수인 내가 나설때군

TV에서 보니, 산타가 외국에서는 활동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 오려면 자가격리대상이 되어 크리스마스 당일날 선물 배송이 어렵다고 나왔다. 헐... 드디어 백수인 내가 나서야 할 때인가...   

  

감성돈은 크리스마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종교도 무교고, 연애해도 크리스마스 전에는 헤어졌던 슬픈 연애사가 크헝. 그래서 연인과 함께한 즐거운 메리크리스마스를 겪어보지 못한 나의 한이 서려있는 날이기도 하다. 주변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늘었고, 꾸준히 늘고 있고, 그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이럴 때 내가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알고 지내는 이웃분들에게 내가 몰래 산타가 되기로 한다.   

   

사실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소설을 단편으로 써둔 게 있다. 그것을 작은 미니북으로 만들어서 우편으로 보낼까... 생각했는데, 그것으로 코로나로 인한 지금 현재 분위기를 담아내고, 미소짓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집에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살펴보고, 온라인 쇼핑몰 포인트를 털어서 선물도 구입해보고,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관련 도서나 패키지 상품도 찾아본다. 선물을 주려는 이웃들에게 살짝 운을 띄어보니, 이게 무슨 일이여, 크리스마스 관련 도서를 선물로 보내주려고 했는데, 다들 마음만 받겠다고 한다. 뭐지? 내가 백수라서 돈 없을까봐 그러는건가, 책이라는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몇 분은 마음이라도 전달되었으니 다행이다.후.    

백수의 산타 활동 대상은 이렇게 된다. 

1. 코로나 초기 마스크 품절대란이 일어났을 때 내 생각해서 마스크 20장 넘게 보내준 대전친구

2. 10년 만에 다시 찾은 내 친구와 아이들

3. 나를 독립출판으로 이끌어주신 지구에 불시착하신 분.

4. 지난 1월에 외출 후 집단감염 우려로 12월인 현재까지 정신병원에서 외출, 외박, 휴가도 나오지 못한 우리 가족 중 한 분. 

5. 이 동네에 살면서 내게 정을 나누어 준 몇 분    


서울에도 대한민국 여기저기. 9시만 되면 모든 불이 꺼진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빛나는 전구들과 조명이. 그래도 희망의 빛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작은 생각. 2020년 통째로 날아갔다고 생각하는 분들, 너무 힘들게 지낸 분들에게 작은 미소 한 번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백수 산타가 되려고 한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빛이고, 산타가 될 수 있으니까. 있는 것에서 적당히. 소소한 행복을 빌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기가 잘못했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