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수리 감성돈 Dec 15. 2020

마스다 미리 책과의 첫 만남

때는 바야흐로 2016년, 공황장애와 조울증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해 있던 어느날이다. 정신과 개방병동에 입원해 있었기에 병원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했다. 병원 안내도를 살펴보다가 지하에 도서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머리도 어지럽고, 걷는 것도 힘에 부쳐서 한번 이동을 할때마다 큰 결심을 해야했다. 간호사에게 말하고 지하 1층 도서를 대여하는 곳에 갔다. 계속되는 어지럼증에 글이 많은 것, 벽돌책은 아예 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만화책 코너는 어린 아이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내가 다가갈 틈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대여 도서라고 되어 있는 곳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라는 제목과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을 들어 살펴보니 만화형식으로 이루어져서 글을 읽기 편했고, 내용도, 작가의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어서 그 책들을 빌려서 내 병실로 들어와 한 권당 5번씩 넘게 읽었던 것 같다. 그게 바로 일본 30대 싱글 여자들의 정신적 지주인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인 것이다. 마스다 미리? 다른 책들도 대여해서 보고 싶었지만 도서관에는 그 책이 끝인 듯 했다.     


지하층에 작게 도서코너가 있었다. 책을 구입해서 읽는 곳이였다. 사장님께 마스다 미리 책이 있는지 물어봤다. 한 쪽 코너에 책장 가득 마스다미리 책이 가득했다. 그리고 사장님은 친절하게 천천히 살펴보고 읽으라고 의자도 내어주셨다. 내가 환자복을 입고 워커를 끌고 갔기에 의자를 내어주심에 감사했다. 그곳에서 프리다 칼로 그림책도 구입했다. 그게 마스다 미리 책과의 첫 만남이다.     


퇴원하고 집에서 요양하면서도 책을 읽는 것은 몇 년 동안 힘들었다. 글씨를 읽히지가 않았다. 그럴땐 마스다미리 책을 꺼내어 그림이라도 보거나 몇 글자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차 글이 읽혔고, 책을 집을 수 있을 정도로 손아귀에 힘이 생겼다. 그 후로 지금까지 마스다 미리님의 신작이 나오면 놓치지 않고 구입해서 항상 보고 있다. 첫 만남이 좋았고, 공감되는 글도 좋았고,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도 타오르게 되었다. 가장 힘든 시절 만났던 책. 30대의 공감되는 글을 쓰는 작가. 내게는 시작이 좋은 작가이고, 책을 읽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후 6개월 이상, 살펴볼 백수 유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