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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an 23. 2021

정신질환 치료비, 입원비 지원해 드립니다. 현수막 보고

오랜만에 외식. 지인분을 만나서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바깥에 현수막 하나를 보았다.

“정신질환 치료비, 입원비 지원해드립니다.”

무슨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같이 멋도 없이 현수막을 만들었을까.

아래쪽에 정신건강 복지센터와 연락처가 없었다면,

나는 요새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치려는,

신종수법으로 알고 그냥 흘려보고 말았을 것이다. 아니, 화가 나서 경찰에 신고했겠지.     


현수막을 살펴보고, 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5시 40분, 그날은 금요일이였다. 보통 퇴근을 6시에 하니까 전화해서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겠다 싶어서 함께 식사를 하러 간 분의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으신 분은 내게 어떤 정신질환인지, 치료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세대주는 어떻게 되는지, 건강보험료(소득기준을 파악하기 위함이겠지), 직업, 다니는 병원 등등을 물어보았다.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공황장애랑 조울증 심했을 때 한 해에 입원을 4번 했고, 2~3천 만원 정도 병원비가 들었다. 의료실비보험은 정신장애는 해당사항이 없어서 고스란히 병원비를 납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3개월에 한번, 서울에 가서 약을 지으러 다닌다. 이렇게 병 때문에, 돈 때문에 한번 혼쭐난 경험이 있는 나로써는 이 현수막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것저것 묻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지침이 정확히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히 지침이 내려오면 내게 연락을 해서 해당사항이 있는지, 얼마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 연락주겠다고 했다. 현수막을 걸 정도라면 어느 정도 사전 상담과 지침을 마련하고, 원활한 상담을 하기 위해 준비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왠지 어쩌면 이거 우리 군에 있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례를 발굴? 발견? 파악? 하기 위함인가. 계속해서 나는 케이스 관리가 되는 것인가. 괜히 다 공개했나... 이런 후회감이 몰려왔다.     


건강보험료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비가 달리 책정되는데,

나의 경우 한달에 2만 5천원? 정도 밖에 지원을 못 받는다고 했다. (식당에서 소란스러워서 정확하게 들은건지 확실할 수 없다.)

너무 적은 금액에, 한숨을 쉬었다. 정신과 상담만 해도 가격이... 현실을 반영한 금액일까.  

   

무튼, 우리 군은 이런 제도가 있는데.

다른 곳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몰라서 지원을 못 받는 사람은 없기를 바라며 이 내용을 적어보았다.     

제도나 지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것을 몰라서 그 지원제도를 알기 위한 장벽이 너무 커서,

알지 못하여 지원을 못 받는다면,

그건 너무 속상하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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