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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y 07. 2021

무제. 내가 이런 제목을 쓸 줄이야.

“양서농협장례문화원”

감성돈 집 5분 거리에 쉽게 말하자면, 장례식장이 있다. 

5년 가까이 이 동네에 살면서 보게된 풍경을 말해보려고 한다.      

흔히 감성돈의 첫 책,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에 이별카페가 등장한다.

그 이별카페에 감성돈은 자주 갔었고, 어떤 날 이런 풍경을 목도했다.


단체버스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서 카페 자리에 앉는다.

카페에 카페 사장님과 손님은 나 뿐이였는데, 

갑자기 그 사이로 수많은 검은옷 입은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겁을 잔뜩 먹었다. ‘이거 꿈인가?’ 그분들은 메뉴를 두 가지에 맞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말 수는 별로 없이 차를 마신다. 

그리고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갑시다, 늦으면 차 막혀요”

그 소리에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버스에 탄다. 

뭔가 “너도 가야지” 이렇게 말하며 목덜미를 잡을 것 같아 식은땀이 났지만,

또다시 시야에서 검은점들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카페 사장님께 물어봤다. 이게 무슨 풍경이냐고.

장례문화원에서 장례를 치르고 고인을 보내러 가기 전에, 차 한잔 마시러 온 것이라고 했다. 

아... 두물머리는 두물이 만난다고 해서 만남의 장소, 첫사랑의 장소인줄만 알았는데, 

이별의 만남이기도 한 장소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지금 감성돈은 카페에 앉아 있다. 이 곳은 장례문화원 바로 옆에 있는 카페이다. 여기서도 종종 차를 마시면 검은 옷을 입은 분들이 차 한잔씩 주문해서 마시고 간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 곳,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검은 옷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오지만. 죽음이라는 것. 그건 어찌나 가까운지 인생의 희비는 항상 곁에 있다는 것. 우리는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살아가고, 사라진다는 것. 이 풍경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난달 4월, 이 동네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래 산책은 못하고 주변에 있는 벚꽃 사진들을 찍으며 천천히 걷고 있다. 저마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분, 여자분이 내 쪽으로 걸어온다. 봄이 왔고, 벚꽃은 아름답고, 벚꽃비가 내리는데, 그 풍경에서 걷고 있는 이 둘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아니 아팠다. 아니 따끔했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하나. 우연처럼 다음날도 마주쳤다. 얼굴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검은 상복을 입은 남녀가 벚꽃비 속을 걷고 있다. 진짜 이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아... 글로도, 그림으로도, 사진으로도, 표현을 못하겠다. 이 동네 고양이가 지나간다. “너도 봤지?”      

강물은 소리없이 흐른다. 


그 강을 잠시 바라보다가 관광객들로 들썩이는 현실의 소리를 따라 나는 다시 돌아온다. 

흐른다. 계속 흐른다. 흘러라. 그렇게 흘려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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