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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Oct 02. 2024

아는데 모르는 맛 : 여주, 여주스팸볶음




아는데 모르는 맛 : 여주, 여주스팸볶음  


양평에 살게 되면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가면 새로운 식재료, 제철 식재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어떤 분들은 외국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식재료를 여기서 구할 수 있다는 것에 반갑기도,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게는 이름도 낯선 식재료들을 맛보기 전에 눈으로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식재료들로 어떤 요리를 할 수 있는지 가늠이 안 되는 것도 맞지만 도시 마트의 채소, 식품류에 적응된 사람으로서 바깥에 자연풍경보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식재료가 더 진귀하다. 이름도 어려운 허브류, 오크라, 여주, 비닐에 씌어진 채로 정해진 규격에서 벗어난 애호박, 건나물류, 모듬 쌈 채소도 내가 보기엔 모두 초록인데 로메인, 루꼴라, 버터헤드, 케일, 로켓 상추, 그 외 유럽 상추, 게다가 농부님들이 당일 수확하고 직접 손질해서 가져왔기에 주방이 낯선 나에게도 농부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듯 감사한 마음으로 요리해서 먹어야겠다며 늘 ‘생각하고’ 먹는다.   

   

몇 년 동안 식재료를 아이쇼핑 하다가 드디어! 오늘은 낯선 것을 구입! 바로 ‘여주’ 

예전에 동네 분이 여주랑 스팸 넣어서 볶아 먹으면 맛있다고 한 말이 기억나서 이번에 도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여주와 스팸을 볶은 것이 오키나와 전통 요리 일명 고야참푸루 라고 부른단다. 가보지도 않은 낯선 지역의 전통 요리를 내가 재현해 낼 수 있을까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제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기를... 한 끼의 식사로 충분한 음식이 되기를 바랐다. 누군가 이름을 걸고 설명한 레시피보다 많은 분들이 조리해서 먹은 내용을 설명한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하기 시작! 여주의 안쪽 씨는 쓴맛을 내기에 쓴맛을 제거하기 위한 하나, 둘, 세 가지의 방법들을 보고,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같이 어울리는 채소 중에서도 색감이 어울릴만한 것들을 곁들이고... 채소의 버무림 속에서 나의 입맛을 돋워주는 스팸까지 넣어서 달달 볶으니 그럴싸한 것이 탄생함이 보인다.  

    

... 타지 않게 볶으면서 생겨난 궁금증 ...

여주의 본래 맛이 어떤 거지?

어느 정도 볶아야지 여주가 다 익은 거지?     

이제 와서 살펴보니 여주를 썰 때 굵기 생각을 안 했던지라, 너무 두꺼워서 덜 익은 것도 같고, 맛보는 게 기대되는 게 아니라 두렵다. 여주는 아는데 여주의 맛을 모르는 상황! 결국은 볶고 있는 여주를 하나 들고 입에 넣어서 오물오물 3, 2, 1 액션!!! “쓰다~!!!” “원래 이렇게 아삭한 맛으로 먹는 건가?” 

결국 다른 야채들이 타기 직전까지 여주를 익히기 위해 볶을 수밖에 없었고, 본디 쓴 맛의 매력을 가진 여주를 제대로 맛 본 날이었다. 건강한 식재료라는 설명도 있었는데 이 쓴맛이 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중일 거야.

최대한 좋은 생각을 하면서 먹었다. 스팸과 다른 채소들의 짭조름한 조합도 좋았다.      

한 끼 메인 음식으로 충분했다. 


여주스팸볶음이 오키나와의 전통 요리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이 마을과 길러낸 농부님들을 떠올리며 한 끼 특색있는 식사로 기억될 듯. 1봉에 3개의 여주가 들어있었고, 이번에 여주스팸볶음을 한 후 1개가 남았다. 이 여주는 또 어떤 것을 해 먹을지 모르지만, 쓴맛을 빼고, 얇게 썰어야 한다는 것도 맛으로 기억됐다. 이제 확실히 아는 맛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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