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울리는 지출 품목 마스크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2월 5일(수) - 백수 36일째


지난주에 동네 약국에 마스크를 구입하러 갔다. 약사님 얘기로는 하루만에 마스크가 300개 팔렸다고 했다. 서울 병원에 약 타러 가는 길에 마스크를 착용할 요량으로 2개를 구입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니 국내에서 마스크 생산량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보았다. 기사로만 접하는 얘기들은 뜬구름이 반이지만, 건강과 직결되는 이슈다보니 마음이 움찔움찔거렸다. 나는 괜찮지만 할머니의 경우 노약자라서 바이러스에 취약하지 않을까 생각되어 할머니 보내드릴 심산으로 마스크 20개를 구입했다. 5만원 조금 안 되는 돈이 나왔다. 아이고 머리야... 고정지출만 해도 한두푼이 아닌데 마스크는 지출품목에 없던거라 조금 휘청거렸다.

할머니께 연락을 드렸다. 충북 충주에 계신 할머니 마스크 보내드리기 전에 택배를 보낼 것이라고 확인 전화를 했다. 마스크를 보내드리겠다고 하자, 기초생활수급권자는 동에서 마스크를 한 곽씩 보내줬다고 한다. 마스크도 일회용이 아니라 웬만큼 좋아 보이는 거라고 했다. 내가 손녀딸로써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나라에서 챙겨준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속보를 접했다. 경기도 구리에 거주하는 분이였다. 우리 동네에서 무척이나 가까운 지역이다. 생활권이 접해있다보니 내가 비록 직접 접촉대상은 아니더라도 서로의 에티켓을 위해 마스크를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미 소유한 마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바이러스는 장기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움에 약국을 찾아갔다. 동네 약국 4곳에 들렀으나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백수라 돈이 많이 들어서 마스크 값을 걱정했는데 이젠 마스크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 방문한 약국 모두 경기도 구리에 확진자 발표가 난 오늘 마스크 판매량이 급증해서 결국 재고가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KF80수준의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고 약사님이 말해주었다. 편의점을 찾아가니 사장님이 한 명당 2매만 구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회사에서 내려온 지침이냐고 물었더니, 본인의 결단이란다. 몇 명의 사람이 사재기해서 마스크를 못 구하는 분이 있을까봐 어느 정도 제한을 둔 것이라고 했다. 아... 멋있어. 우리 주위에는 크고 작은 영웅들은 존재하는 것 같다.


대전에 사는 친구가 마스크 필요하냐고 연락이 왔다. 대형마트에서는 한 박스 단위로 팔아서 한 박스를 사둔 게 있다고 했다. 필요한 수량이 있으면 나누어 줄테니 얘기하라고 했다. 너무 고마웠다. 최근에 마스크값이 폭등하고, 이미 쓴 마스크를 재판매하는 비양심적인 상술이 나타나고 있다. 모두 힘든 때일수록 더불어 힘 모았으면 좋겠지만, 어디에나 사람의 탈을 쓴 못난 이들은 존재하나보다. 그럴때일수록 내 주변에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슬기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다같이 이겨냈으면 좋겠다. 비록 백수의 예상지출에 없던 품목 ‘마스크 값’이 늘어났지만, 지금은 나 뿐만 아니라 같이 사는 주위 분들을 위해서라도 불안을 조장하지 않도록 노력할 때인 것 같다. 힘 모아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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