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5일-백수 46일째-
무한도전 이후로 재미있게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 혼자 산다>이다. 36살인 내 또래의 사람들이 혼자 사는 모습을 관찰예능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남 일 같지 않은 동질감이 있다. 나만 혼자가 아니라 모두 그렇게 혼자 지낸다는 것을 보고 마음의 위로와 공감을 얻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여배우의 일상을 다시 한번 들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꼭 한번 출연했으면 바라던 개그우먼이 출연한다고 예고에서 봤다.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방송에 봤다.
전 직장 다닐 때 그 센터에 다니던 중학교 2학년 남학생 말이 기억난다.
“선생님, 나중에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 출연하세요. 그리고 거기 같이 출연했던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외롭지 않게 지내세요”
그 말에 나를 생각하는 학생의 기특함이 좋았다. 물론 이 아이들이 보기엔 내 나이에 혼자 산다는 것이 아직은 외로워 보이기만 하는 것 같다. 이 나이에 혼자 살아서 갖는 편안함과 장점도 분명있지만 말이다. 그건 차차 너희들이 성장하면서 알게 되는 부분일테니까 더 이상 설명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친구가 했던 말은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중에 만화가 기안84가 등장하니까, 나도 유명한 작가가 되어 출연하라는 뜻이였다. 날 그렇게 대단하게 바라봐줘서 고맙기도 하다. 때로는 외롭기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니까. 이 생활을 영위해도 스스로 만족한다. 이 기회에 ‘나도 백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어떨까? 사람이 살면서 언젠가 한번은 겪는 백수의 삶. 그런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정말 백수의 품격을 지키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줄텐데 라고 생각해본다.
<나 혼자 산다>에서 출연진들이 본인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마지막 인터뷰를 할 때 단골멘트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심심하고 재미없어 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본인 자신들은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이다. 나 또한 그렇다. 마냥 즐거울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내 삶에 만족하기에 혼자 사는 것도, 백수가 된 것도 나의 선택이였기에. 그렇게 백수의 길을 걷는다.